김구림 「과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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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구림 씨의 「과슈」전시회가 명동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과슈」란 종이에 그린 불투명 수채화. 50년대 말부터 입체작품 등 전위미술을 해온 김씨는 이번에 지난해의 판화전에 이어 독특한 「과슈」화를 보여준다.
김씨가 즐겨 다뤄 온 것은 물병·전화기·대걸레·물「컵」에 꽂힌 치약과 칫솔 등 철두철미 생활 속에 파묻힌 물체들이다. 이들을 다시 새롭게 제시해 보겠다는 것이 김씨의 의도다. 김씨의 화면엔 색채가 두껍게 입혀져 있지 않다. 군데군데엔 「데상」을 하다 만 듯한 연필자국도 남아있다. 이것은 그린다는 행위에 시간성을 부여하려는 작가의 의도적 방법이라는 것.
김씨는 회화의 구성요소인 「캔버스」와 물감과 작가의 세계가 화면 위에서 엄격한 조화를 이룰 것을 주장한다. 의미 없는 색채나 형태가 화면에 군림해야할 아무런 필요도 없다는 것. 색다른 정감과 섬세함을 보여준 「과슈」 20여 점 외에 「메조틴트」 판화와 유화 몇 점도 같이 전시했다.(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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