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 정치론<하경근 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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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3세계로 불리는 신생 개발도상국들이 국제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감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학문적 연구도 활발해졌다.
최근 이 지역에 대한 학문적 연구의 동향은 서구적 안목의 연구에서 신생국의 개별상황에 기초한 연구로 그 접근방법이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방향은 신생국들의 사회구조와 정치 문화적 배경이 결코 동질적 일수 없다는 인식에 기초를 둔 것이다.
필자는 이를 「장의 윤리」로 설명했다. 「후진국 정치론」의 접근방법은 이 「장의 윤리」를 기초로 후진국 정치 발전의 다원적 방향 제시를 모색하고 있다.
독립 직후 대부분의 신생국들이 직수입한 민주주의를 비롯한 서구식 제도는 대개의 경우 좌절을 겪거나 왜곡·변형되었다. 그것은 이들 제도가 정착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데다 전통가치의 해체만을 자극, 「아노미」상태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신생국들의 특수성·개별성에 따른 서구제도 및 「이데올로기」의 변형에는 원칙적으로 긍정적이다. 개개의 국가가 처하고 있는 상황에 따라 발전 「모델」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신생제국이 택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변형을 민주주의로 볼 수 있느냐 하는데는 무척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장의 윤리」를 한계 짓는 미묘한 기준으로 필자는 제도나 「이데올로기」의 변형이 본질적 원천에 위배되느냐 하는 것과 실제 정치과정에서 부패 및 폭력의 만연 여부를 들고있다.
「본질적 원리」를 준거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결국 서구적 가치 지향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도 된다. 이는 탈 선진국적 후진국 정치론의 견지에선 하나의 한계랄 수도 있다. 그러나 서구 「모델」에 대한 행정일변도가 초래할 혼돈과 후진국 현실에 대한 무분별한 정당화의 위험성에 비추어 볼 때 건전한 「어프로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저자는 후진국에서 탈 식민지 과정의 여러 문제점과 근대화의 진통·「이데올로기」·지식인 및 군부의 역할, 그리고 국제경제에서 점하는 비중 등 광범한 문제를 간명하게 개술하고 있다. 저자는 중앙대교수.
성병욱 <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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