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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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도서관이라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학생들의 행렬이다.
「책을 읽는 곳」이기 보다는 무슨 「시험 공부하는 장소」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정작 참고문헌이라도 찾아볼 양이면 자리가 없다.
미국의 도시에는 어디를 가나 도서관이 있다. 사람들은 언제든지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가 독서를 할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들의 도서관이다. 여기에는 전임의 아동도서관원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이 대학원까지 다니면서 아동문학 등 전문적인 공부를 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아이들과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책들을 선택해 준다. 때로는 「이야기시간」 이라는 것도 있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법 등을 가르쳐 준다. 독후감발표회 같은 것도 있다.
책의 대출은 자유스럽다. 한번에 3권, 필요에 따라서 10권도 빌려준다. 기간은 3주나 4주. 물론 무료다.
미국의 경우, 출판사들이 내는 책들의 절반 이상을 도서관들이 구입한다. 자료에 관한 책들은 거의 80%가 도서관차지다.
도서관에는 책뿐 아니라 「레코드」·영화「필름」등도 풍부하게 갖추어져 있다. 시청각을 통한 도서활동을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도서관은 책을 쌓아 두는 곳이 아니고 책과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의 전신은 「조선총독부도서관」이었다. 1923년11월30일 일본의 식민정책을 뒷받침하는 자료제공기관으로 창설된 도서관이었다.
장서의 구성을 보면 72%가 동양서 들이다. 그나마 서양 서를 구입하기 시작한 것은 1962년 이후다. 해방 후 l961년까지 국립중앙도서관에서의 서양서 구입은 없었다.
우리나라에 훌륭한 도서관의 전통이 없었던 게 아니다. 고려 성종 9년(990년)에 세워진 수서원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도서를 편집·등사하는 일도 했었다. 이조시대에도 규장각들을 비롯한 왕실도서관들이 적지 않았다.
현재 전국에 있는 공공도서관은 1백8개소. 1개 도서관에 30만 가까운 인구가 매달려 있는 셈이다. 서울의 경우는 더욱 한심한 형편이다. 7백만 시민에 도서관은 7개뿐이다. 유아들을 제외하고 한 도서관 꼴에 89만 명이다.
물론 도서관의 수와 국민의 독서는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풍조는 도서관 따위를 하찮게 여기는 사회분위기와도 관계가 있다. 요즘은 도서관주간. 이 짧은 동안만이라도 도서관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각성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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