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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동체 무인기, 레이더 따돌리고 80km 비행 … "식별해도 격추 어려워" 청와대 방공대책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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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 상공이 북한 무인기에 뚫린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방공(防空)’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4일과 31일 파주와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북한 군의 정찰용인 것으로 군 당국은 잠정 결론을 내리고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이날 국방부는 무인항공기 동체가 레이더 또는 육안으로 관측되는 걸 피하기 위해 소형으로 제작됐고, 하늘색으로 위장 도색을 한 것 외에 파주에서 추락한 비행체의 재질이 특수 소재인 폴리 카본에이드였다고 밝혔다.

 폴리 카본에이드는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레이더 전자파를 반사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탐지가 안 된다. 미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인 F-22 등이 전투기 조종석 투명 지붕(캐노피)에 이 소재를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레이더는 전자파를 보냈다 반사되는 면적을 분석해 확인한다. 하지만 폴리 카본에이드 소재로 만들어 레이더파를 흡수하면 레이더도 무용지물이 된다.

 국방부는 특히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가 북한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근거로 ▶경로(파주~서울~파주 약 80㎞) ▶연료가 충분했다는 점을 들었다. 국방부 당국자는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는 북쪽에서 서울로 왔다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며 “추락한 항공기에 남아 있는 연료를 고려하면 충분히 북한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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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 역시 파주의 것과 색깔이 같고, 당시 인근 지역을 초계비행하던 전투기 등에서 포착한 레이더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에서 출발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다만 무인기가 왜 추락했는지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와 관련, 무인기 생산업체 관계자는 “무인기를 조종하는 방식은 리모트 컨트롤을 이용해 항공기를 보면서 원격조종하거나 사전에 비행경로 등 프로그램을 입력해 예정된 항로를 날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일단 추락한 무인기가 프로그램에 따라 비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무인기 속도가 100㎞를 넘으면 누군가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조종하기는 불가능하다. 프로그램 입력에 따라 비행할 경우는 스스로 고도 조정이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입력한 좌표대로 움직이다 예상하지 못한 지형을 만나면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군과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 청와대 경호실은 지상을, 군은 청와대 주변 항공을 방어하고 있다.

 국방부 인사는 “수도권과 청와대 인근에서 운용하고 있는 지상레이더는 항공기나 헬기의 움직임은 감시할 수 있지만 무인항공기를 탐지하긴 어렵다”며 “무인항공기를 운용하는 동호인들의 비행체를 등록제로 바꾸고 동호인 항공기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등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설령 무인기를 식별하더라도 워낙 소형이라 총이나 포를 쏴서 격추하는 건 쉽지 않다”며 “격추하려다 보안시설이 많은 청와대 주변 특성상 더 큰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날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3시간30분 넘게 무인기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용수·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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