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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총선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태국의 유권자들은 지난 4일의 총선을 통해 사회불안과 현상타파에 대한 극적인 반격을 시도했다.
「세니·프라모지」가 이끄는 민주당의 득세는 동당에 대한 특별한 지지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좌파일반에 대한 경계심과「쿠크리트」정권에 대한 실망의 표현이라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어느 정당의 정책이 좋으냐 하는데 대한 정치적 신임투표이기 이전에「하노이」·「게릴라」·국내좌파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거부반응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쿠크리트」수상의 낙선과 좌경 신세력당의 참패는 미군철수에 대해 태국민이 얼마나 큰 우려감을 가지고 있었던가를 실감하게 한다.
73년 군정을 무너뜨린 학생세력과 그 동맹자인 신세력당은 모처럼 성취했던 정치적 자유주의에 자족하지 않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급진노선과 미군철수를 내세운 탓으로 오히려 일반국민의 염증과 반발을 유발한 셈이다.
이제『유권자의 판결』로 집권하게된 민주당과 그 연립세력은 학생이나 원내 단체들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보다 확고한 자세로 안정기조를 추구해 나갈 터전은 닦아놓았다.
신 정부는 무엇보다도「법과 질서」를 확립하여 그 바탕 위에서「게릴라」의 준동과「하노이」의 적대행위에 유효 적절히 대처해야 할 과제를 안고있다.
특히 신 정부는 유권자들의 강력한 여망에 부응하여 태국의 안보위기를 재촉할 미군철수를 재고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아시아」의 세력균형과 태국의 안정을 두고 보더라도「하노이」의 지나친 팽창과 소련세의 일방적인 편승은 주태미군의 존망으로 견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군주둔은 중공까지도 암암리에 희망하고 있다는 조짐이 역력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쿠크리트」전 수상처럼「하노이」의 눈치만 살피느라고 미군철수를 고집한다면 태국은「자주」나「중립」보다는 오히려 소·중공대결, 또는 북경·「하노이」의 각축장이 되기가 십상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태는 미국이라는 균형자를 상실한 상태에서 조만간 월남형, 또는「라오스」형 내란으로 비화할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태국의 신 정부는 문민정권의 골격과 정치적 자유주의를 유지하는 테두리 안에서「안정」을 추구하는 한편, 아직도 사회적 기득권을 쥐고 있는 군부와 그 동맹세력을 격분시키지 않는 한계 안에서「개혁」을 추진하는 일동의 난제를 앞에 두고있다.
가령「세니」민주당 당수는「안정」을 위해 사회정의당의「콜린프라룸」당수나 태국국민당의「아디레크사른」당수 등 군 계열 인물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반면, 약간의 개혁이라도 착수하려면 아직까지도 재계의 거물이기도한 그들의 반발을 사야할 고경에 처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한편에 치우치는 듯 보일 경우엔 극성스러운 전국학생「센터」의「데모」대와 군부「쿠데타」의 그림자가「세니」민정을 괴롭힐 것이다. 또 군부와 줄을 대고 있는「나바폴」이란 극우단체도 조용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세니」민주당이민정초기에 사회농민당과 연정을 구성했던 전력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시한폭탄을 우려할 때, 군 계열이나 학생·지식인은 입장의 차이를 초월해서 태국의 안전과 평화라는 대국적인 요청에 승복하여 선거로 탄생한 문민정부를 아껴주고 밀어주는 금도와 신중성을 나타내야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태국에 닥쳐올 일이라고는 파국밖엔 없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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