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 작품 초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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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회갑을 맞이한 묵화가 유영국씨가 6번째의 개인전을 연다.
교직도 갖지 않고 계속 제작에만 골몰하는 그는 한국의 현실에선 보기 드물게 『오로지 창작만 하는 화가』의 한 사람. 그럼에도 그의 발표가 파상적인 것은 그가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거듭하고 있다는 실증이기도 하다. 그때마다 변모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곤 한다.
작년의 소품 중심 출품과는 달리 이번엔 대작 40점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작품에서 현저한 것은 우산살 같은 섬광의 배치와 녹·청 빛깔이 지닌 미묘한 색조의 조화. 또 『산』이라는 단일 소재에서 탈피해 한옥의 건실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음이 뚜렷이 드러난다.
기와지붕의 골진 무늬라든가 수풀위로 아련히 떠오르는 고사의 정경, 혹은 단청이 고운 우물반자 (천정) 등이 현대 감각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그것은 확실히 최근의 획기적인 전환이다. 기하학적인 형태나 무늬가 「애니미즘」과 연관됨을 감안한다면 그의 시각 언어는 보다 순수하고 근원적인 심층을 지니고 있다.
강원도 태생인 유 화백은 동경 문화 학원을 나와 당시 전위적인 자유미전에 참가했으며 해방 후 허다한 국내외 전시를 통해 화단에서의 그의 위치를 굳혀 놓았다. <6∼11일 신세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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