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예비군도 곧 중장비 갖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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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3일 상오 『향토예비군도 멀지않아 중장비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그렇게 되면 현역 못지 않게 강하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모범 예비군 30명을 청와대 접견실에서 접견, 『북한 공산 집단이 전쟁을 도발해도 승산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일을 저지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만약 그들이 침략을 재개한다면 6·25때처럼 전방에서 공격해 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직장·농촌·공장 시설·항만 등이 있는 후방에 기습적인 침투를 해 올 것이므로 향토예비군은 전방 현역에 앞서 이 침투 병력을 각기 현지에서 격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신 전력의 중요성을 강조, 『군 장비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증강과 정예화에는 한계가 없겠으나 보다 결정적인 요소는 내 나라를 내 힘으로 지키겠다는 국민의 정신력』이라고 말하고 『2백80만 향토예비군이 막강한 전력으로 자랐고 인구나 경제력에서 북한보다 월등히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나 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평소의 철저한 훈련과 조직, 그리고 유사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출동 태세이며 이것이 곧 국력의 조직화』라고 말했다.
작년의 월남 사태를 예로 든 박 대통령은 『월남의 병력수나 장비는 공산군보다 단연 우세했지만 나라를 자기 힘으로 지키겠다는 국민의 정신력이 약했고 단결이 이룩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은 비극을 초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고구려 때 수·당의 침입, 고려조의 몽고 침입, 그리고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큰 사건을 보더라도 우리 민족은 단결된 힘으로 슬기롭게 격퇴를 했는가하면 국론이 분열되고 정치 싸움이 일어나고 사회가 혼란하여 수모를 당했거나 나라를 빼앗긴 유감스런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임란 때나 나라가 기울었던 구한말 때 나라의 소집 영장 없이도 자진하여 나라를 지키겠다고 처처에서 궐기한 의병 정신은 참으로 빛나는 조상의 얼이며 이를 계승한 것이 곧 향토예비군』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서종철 국방장관·황정연 해군참모총장·고광도 육군참모차장과 홍진기 중앙일보·동양방송 사장이 배석했다. 한편 최규하 국무총리는 3일 상오 중앙청에서 모범 예비군 김연수씨 (예비역 육군 중령) 등 30명을 접견, 다과를 베풀고 노고를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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