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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 입시 시즌 시작 … 지난해보다 정원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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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과학영재학교(이하 영재학교) 입시가 시작됐다. 기존의 경기과고·광주과고·대구과고·대전과고·서울과고·한국과학영재학교 6곳과 올해 신설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까지 7개 학교가 총 714명(정원 내)을 선발한다. 영재학교 신입생 선발 과정은 2~3단계로 비슷하다. <표 참조>

1단계는 자기소개서·학생부·추천서·영재성 입증자료 등을 평가하는 서류 전형. 2단계는 영재성 평가로, 수학·과학 관련 지필고사를 치른다. 3단계에선 2~3일 동안 과학캠프를 열어 연구·탐구능력과 수학·과학에 대한 열정, 자질 등을 평가한다. 올해 경기과고만 기존의 3단계 평가를 2단계로 축소했다. 나머지 6개 학교는 3단계 전형으로 진행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서류 평가→영재성 검사→과학캠프로 이어지는 단계별 전형은 동일하지만 학교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어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재학교 간 가장 큰 차이는 서류 평가인 1단계 통과가 수월한지 여부다. 교육업체 CMS에듀케이션 김재규 중등영재사업본부장은 “서울과고는 예전부터 2·3단계 평가에 비중을 뒀던 학교라 지원자 대부분 1단계 서류 평가를 통과하는 반면 대전과고와 한국과학영재학교는 1단계 서류 평가에서 지원자 절반을 탈락시킨다”고 분석했다.

1단계 서류 평가와 2단계 영재성 검사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3단계 과학캠프 대상자를 선발하느냐, 아니면 1단계 서류평가를 통과해야 2단계 영재성 검사에 응시할 수 있느냐의 차이다.

지난해 각 학교 경쟁률과 1단계 통과자 수를 비교해보면 이런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2014학년도 서울과고는 1단계 통과자 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경기과고는 2013학년도에 1000명이었던 1단계 통과자 수를 지난해엔 2000명까지 늘렸다. 경기과고의 지난해 지원자수는 2181명이다. 지원자 대부분 1단계를 통과했다. 김제년 경기과고 영재선발부장은 “큰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2단계 영재성 검사 응시 기회를 주자는 게 기본 방향”이라며 “올해는 이를 더 강화해 지원자 모두 영재성 검사를 볼 수 있게 서류 평가와 영재성 검사를 통합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한국과학영재학교·대전과고의 1단계 통과자 수는 1000명이었다. 각각 2295·1994명이 지원했는데, 절반이 1단계를 통과 못 했다. 김동훈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팀장은 “오랫동안 열정을 갖고 자질을 길러온 학생을 원한다”며 “학생부·추천서·학생부 등 서류를 1단계뿐 아니라 2~3단계에서도 검토한다”고 말했다. 선발과정에서 서류 평가를 그만큼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1단계 서류 평가를 통과하면 영재학교 합격의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2단계 영재성 검사가 기다리고 있다. 서류 평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경기과고도 영재성 검사에서 지원자 90% 가량을 떨어뜨린다. 2단계를 통과하는 학생 수는 각 학교별로 200명 내외다. 영재성 검사란 수학·과학 지필고사다. 학교마다 문제 유형이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중등 심화과정을 다루면서 논리력·창의력을 묻는 사고력 문항이다. 이무강 목동 하이스트 원장은 “당락을 가르는 수학 고난도 문항은 KMO 등 수학 경시대회 수준 문제”라며 “고난도 경시대회 기출문제를 갖고 식을 정확하게 서술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규 본부장은 “지난해 서울과고에 나왔던 이등변삼각형 개수 구하기, 자릿수 총합 구하기, 구름사각형 증명문제 등은 수학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학생이 자주 푸는 단골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과고는 수학 7문제 중 조합문제가 4문제로 비중이 컸고, 경기과고에선 기하·함수 문제가 주를 이뤘다. 과학은 중학교에서 배우는 개념을 이용해 주어진 데이터를 해석하고 추론해 실험결과를 예측하는 문제가 많았다.

최근 융합형 인재가 강조되면서 영재학교 영재성 평가에서도 교과통합문제가 자주 출제된다. 물리·화학 문제에서 수학적 해결력을 요구한다거나 과학 문제에서 일상 생활 속 소재를 활용하는 식이다. 미술 작품 속 화학개념과 음악 음계 속 규칙성 등 음악과 수학을 응용한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평소 수학·과학 교양서적을 꾸준히 읽어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쌓아둬야 하다”고 조언한다.

3단계는 연구·탐구능력을 평가하는 과학캠프다. 캠프에선 2~3일 동안 수학·과학 구술면접, 인성면접, 조별토론, 실험설계, 에세이 등 다양한 평가를 한다. 지난해 서울과고에선 조별토론 때 전력 사용량 급증에 따른 순환단전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토론을 붙였다. 경기과고와 한국과학영재학교는 특정 주제를 주고 팀간 토론배틀을 벌였다. 주제는 수학·과학뿐 아니라 인문·사회·역사·철학까지 넘나드는 융합형 주제였다. 예컨대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선 ‘자연은 질서를 좋아하는가, 무질서를 좋아하는가’ ‘디자인은 예술인가, 과학인가’란 주제가 주어졌고, 경기과고에선 ‘기술·문화산업·디자인 중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은하철도999의 주인공 철이는 인조인간이 되기를 원했지만 나중에는 인조인간이 되기를 포기했다. 왜 그랬는가’ 등 과학과 인문·사회를 결합한 주제를 던졌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이런 토론주제가 영재학교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잘 보여준다”며 “수학·과학 지식뿐 아니라 평소 인문·사회·역사·음악·미술 등 폭넓게 배경지식을 쌓고 수학·과학과 어떻게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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