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축산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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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초부터 계속되어 온 쇠고기파동이 6백g 근당 1천4백원으로 현실화되면서 표면상으로는 일단락 된 것 같다. 그러나 가격현실화는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 시중에서는 1근에 1천5백원까지 했던 사실에 비추어서 문제는 이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수급불균형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격인상으로 응급처치 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볼 수가 있을까. 가격인상만 해도 그렇다.
정육점들이 채산이 맞지 않는다고 폐업하는 사태에 직면하면서도 물가안정만을 고집하고 우유부단한 가격대책으로 대처했기 때문에 모든 육류가격의 뜀박질을 자극하고, 생우가격을 급등시켰던 것이다.
현실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한 물가정책의 실패가 비단 이번 쇠고기 파동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쇠고기 파동의 근원은 수요를 못 따르는 공급에서 비롯됐다고 하나 원인을 따지자면 일관성 없는 축산정책에 책임이 있다.
당국은 세계적인 식량파동을 겪으면서 당면한 축산정책으로 소·토끼 같은 초식성 가축을 권장하고 돼지·닭 같은 곡물사료식성 가축 사육은 억제하기로 결정했었다.
상호 보완적인 육류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다루지 않고 분리해서 보았던 단견적인 축산정책은 75년으로 끝난 축산업에 대한 면세조치와도 상충됐던 것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축산업의 위축을 초래하였다.
생우의 보유두수가 75년 말 현재 1백54만 마리로 전년비 23만 마리가 감소했고 돼지도 1백80만1천 마리로 17만 마리가 줄어든 것이 그 좋은 예다.
쇠고기소비를 돼지고기로 유도한다고 하나, 우육과 돈육의 대체효과를 무시했던 축산정책과는 얼마나 모순되는 것인지 먼저 깨달아야겠다.
일반적으로 국민 1인당 소득이 5백「달러」수준을 넘어서면 동물성 단백질·지방질의 수요가 급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부터 육류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응해서 이 기회에 과감한 축산진흥정책을 세워야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종합축산정책을 세우고, 이를 꾸준히 확고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당면한 시책으로는 농협을 통한 쇠고기의 계통출하를 확대함으로써 중간「마진」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
또 대중음식값의 인상을 막아 쇠고기 인상의 영향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단기방안과 함께 꼭 있어야할 것은 공급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장기대책이다.
첫째로 금년부터 부과되는 축산업에 대한 소득세·법인세를 앞으로 최소한 5년 이상 다시 면세토록 함으로써 기업축산을 육성토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지금도 부족해서 업계가 곤란을 받고있는 밀기울 등 사료의 가격과 양의 안정된 확보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세째는 농가의 축산의욕을 북돋우기 위해서 농협과의 계약 축산제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출하된 축산물에 일정한 이윤을 보장하는 축산물가격 지지제도 고려해 봄직 할 것이다.
이제 축산행정은 양곡행정에 못지 않은 중요성을 띠게 되었음을 다시금 인식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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