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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권력투쟁서 비판받는 「주자파」…그 정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주은래 사망 후 주자파 비판의 형태로 본격화한 중공의 권력투쟁은 최근 대상의 구체적 정체가 어느 정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자파란(영어로는 Capitalist roadel라 칭하고 있음) 자본주의의 길을 걷는 자란 뜻이다. 이들은 대체로 등소평 제1부수상을 정점으로 하여 문혁 때 수정주의 실권파로 규탄 받고 쫓겨났다 복권한 인사들을 지칭한다.
주자파는 아직도 정부·당·군의 심층에 포진하고 있다. 정부쪽에는 등소평·곡목 등 부수상급 2명과 주영흠 교육부장·만리철도부장 등이 요직에 앉아있고 당에는 등의 부주석직을 비롯, 조자양 광동성 당 제1서기 등 다수가 있다. 군에는 등의 군총참모장직을 비롯, 나서경·담정의 국방과학기술위 책임자직 등 고위요직 중 거의 3분의1을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밖에 직책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팽진(전 북경시장으로 실권파서열3위) 이정천 등 실권파들의 거두들도 주자파에 포함된다.
이들의 정책노선은 모택동의 영구혁명론에 따른 이념투쟁(홍)보다는 뒤떨어진 중공경제의 근대화 실현에 더 큰 역점을 두고있다.
중공을 명실상부한 초강국으로 건설키 위해서는 사상이나 계급투쟁쯤은 희생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홍」보다는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중시하는 「전문가·기술·경제·관료제1주의」(전)의 편에 서는 것이다.
지난해 한 중요 군사회에서 등은 군근대화에 의한 군사만능을 주장했고 현행의 8등급 임금제를 12등급으로 세분, 근로대중에게 물질적 자극을 주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등 휘하의 주영흠은 지난해 대학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한 문혁 전의 제도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현실적인 정책 경향은 등의 생산과 「4가지(농업·공업·국방·과학기술)의 근대화」노선으로 체계화되어 계급투쟁과 똑같은 비중으로 취급되기에 이르렀었다.
이에 대해 반주자파 「그룹」인 문혁파는 계급투쟁 학습을 가장 중요시한 모노선을 왜곡한 「절충주의」라고 공격하기 시작, 반주자 권력투쟁의 직접계기를 만들었다.
주자파에는 문혁 때 실천되지 않았던 일부 수건파 지도자들과 중견관리층들도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이선념·김추리·왕진 등 부수상과 섭검영부주석(국방부장) 등 수건파들이 최근 일체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것 같다.
반면 왕홍문·장춘교·기등규·강청·요문원·진석련 등 문혁파들은 공식행사에서 활동하고 있다는데서 반「주자파」운동의 핵심계층임을 드러냈다.
문혁파는 일부 군부대의 산발적인 반주자 움직임을 과대선전하고 있으나 군의 중추는 아직 아무런 동요를 보이고있지 않으며 반주자파 안에도 주자파와의 타협을 주장하는 세력이 있음이 최근의 중공언론보도에서 시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타협기운은 복권된 주자파들보다는 이선념 등 일부 문혁파 온건파 인사들을 상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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