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개방 외국인들 몰라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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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7일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이 국제적 기준에 비해 많이 개방돼 있다"며 "그렇지만 외국인들은 잘 몰라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목표 수준을 연 3.25%로 현행 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총재의 발언은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가 국내 금융감독 정책에 대해 '경제 국수주의'라고 보도한 데 대해 자신의 소견을 밝힌 것으로 한은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다.

평소 거침없이 소견을 피력해 온 박 총재는 이날도 "우리나라는 오히려 국내자본이 역차별당할 정도로 외국에 개방돼 있다"며 "(국내)산업자본의 금융지배가 제한돼 있지만 외국자본에는 제한이 없는 게 좋은 예"라고 지적했다. 박 총재는 간담회가 끝난 뒤 "최근 화제를 가볍게 꺼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통위는 이날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만 건설투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경기상황을 지난달보다 다소 비관적으로 진단했다. 금통위는 경기 회복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은 2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4월 콜금리 목표수준을 현행대로 유지했다. 콜금리 목표는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째 현행대로 유지되고 있다.

박 총재는 "경기의 바닥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였던 것으로 판단되며 2분기부터는 경기의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축소와 관련,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언젠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로 인해 자금이 해외로 이탈하더라도 우리나라는 해외투자를 장려해야 할 입장에 있는 만큼 이탈의 정도가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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