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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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95회 임시국회가 12일 개회, 9대 국회 후반 3년을 맡을 원이 구성됐다. 9대 국회구성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유정회 의원의 3분의1과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 대부분이 이번 임시국회부터 바뀌었다.
국회의 간부직과 의원일부가 교체됐다는 사실 자체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를 제기로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좀 더 충실히 국정에 반영하는 심기일전이 되느냐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95회 임시국회는 새로운 3년의 의정풍향을 가늠하는 「버로미터」적 의미가 있을 듯 하다. 여야가 대화와 호양의 정신을 살려 이번 국회를 원만히 이끌어간다면 이는 국회 후반 3년의 한 기풍이 될 것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 앞으로도 국회운영의 전망은 흐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의 원내간부들은 바람직한 국회상으로 다수가 주도하는 능률적인 국회를 강조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다.
국회의 의사가 최종적으로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며, 의사도 가능한 한 능률적이어야겠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다만 다수결이란 최종 결정방식일 뿐 소수의 의견을 무시해서 좋다는 뜻은 아니다. 만일 다수의 힘을 사용해 독주가 자행된다면 국회의 존재의의는 퇴색되고 말 것이다.
국회가 국민여론을 여야간 대화를 통해 국론으로 조정하는 장소라 한다면 소수의 의견도 반드시 존중·반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소수 야당에도 충분히 발언권을 주고 그 의견을 가능한 한 흡수하는 아량 있는 다수주도의 국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능률적인 국회운영이 신중하고 충분한 토론을 배제하는 개념일 수는 없다고 본다. 양식과 이성에 따른 토론과 반론을 결코 비능률적인 행동으로 몰아쳐선 안 되겠다.
그렇다면 야당이 실망은 물론, 국민각층의 염원을 골로루 반영할 수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공명정대한 자세가 요구된다. 소수라 힘이 없다고 해서 무사안일에 흘러서도 안되며. 그렇다고 다수를 무시하고 소수의견의 관철만을 고집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야당은 원칙문제와 현실문제를 구별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과거의 경향을 보면 야당은 너무 많은 문제를 원칙문제로 고집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방법론적인 현실문제까지 원칙문제로 고집하다보면 행동의 융통성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최소한의 원칙문제에는 분명히 입장을 지킬 필요가 있겠지만, 국회의사의 대부분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다.
원칙문제에 대한 견해차이로 여야의 대립이 불가피한 경우에까지 대립을 피하라고 권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원칙문제를 선별하는 지혜를 여야에 모두 촉구하고 싶다.
현대국가에서 국회의 기본기능은 입법과 예산심의로부터 행정부의 견제와 감시로 그 중점이 옮겨지고 있다. 이 기능을 다하기 위해선 행정부와는 다른 국회의 논리가 국회의원들에게 체질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의 논리의 기본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국민의 이익과 의사의 대변일 것이다. 국민의 의사를 십분 살리는 성숙한 국회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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