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오스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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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람만이 웃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흔히 하는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체스터필드」경은 즉석에서 『맞습니다. 그러나 사람만이 웃음거리가 되는 동물이라는 단서를 붙여야 할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사람만이 웃고 웃기고 한다. 남을 웃음감으로 삼았을 때 사람들은 가장 즐거워진다. 또한 스스로 남의 웃음거리가 될 때처럼 남을 흐뭇하게 만드는 적도 드물다.
이렇게 웃고 웃길 때 「유머」가 생긴다. 그러니까 「유머」는 자기만이 웃는「위트」나 풍자와는 다르다.
「위트」는 남에겐 아픔을 줄 때가 많다. 「유머」는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유머」는 까다로운 세상, 어려온 살림을 이겨내는데 요긴한 해독제구실을 한다.
최근에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지난해의 경제「오스카」상을 발표했다.
여기서『최고로 인기 없는 성공자상』을 일본에 수여했다. 「모터사이클」에서 유조선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상품에서 타국의 경쟁을 뿌리쳤다는게 수상이유였다.
그러나 바로 「모터·사이클」과 유조선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 영국이었다.
원래가 경제「오스카」상이란 「유머러스」한 것이다. 상을 준다고 상금이나 상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일본경제를 마냥 찬양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는 세계시장에서 일본에 뒤지게된 영국스스로에 대한 자탄도 섞여있다. 그렇게 봐야「유머」가 되지 않겠는가.
지금 영국의 경제는 큰 병을 앓고 있다. 지난해엔 실업한 수백명의 영국노동자들이 서독·화란 등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얼마 후에 모두 되돌아왔다. 임금을 받으면 받은 만큼은 일해야 한다는데 놀라서 였다고 한다. 꾸며낸 얘기겠지만 이만큼 「영국병」은 심각하다.
원래 독일어에서의「영국병」이란 하누병(꼽추병)을 말한다. 이것이『영국 노동자처럼 게으르고 비능률적』 이라는 대명사로 바뀌어진 것은 60년대 초부터였다.
너무 부지런해도 미움을 사기 쉽다. 게으름 보가 가장 싫어하는 것도 부지런 떠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내놓고 흉볼 수도 없는 일이다. 자기 잘못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 성공자상을 준「파이낸셜·타임스」지에도 이런 심정이 깔려 있음이 틀림없다.
지금 한국도 값싼 임금과 근면·성실을 내세워가며 세계시장에 파 들어가며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우리 나라도 멀지않아 경제「오스카」상을 받게 될 것이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좋아만 할 것도 아니다.
상을 받고 난 다음이 문제이겠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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