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6)재수비용/월 최고 8만원까지/지역·형태에 따라 많이 달라/진학 포기하고 취업할 경우 4년동안 280만원정도 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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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재수는 고행의 길 .학생자신은물론 학부모는 재수경비조달등으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야한다.
물론 재수경비는 일정치 않다. 재수지역과 형태에 따라 월 최저 1만원정도에서 최고 8만원까지 천차만별. 자기집이나 하숙 또는 자취를하면서 독학을 하느냐, 학관을 이용하느냐, 아니면 가정교사를 초빙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르기때문이다.
하숙비는 대개 서울변두리의 합숙이 월2만8천원, 독방이 4만원, 자취비는 변두리방세가 월5천원, 쌀·연탄·찬값·수도료등이 1만여원에이른다.
학원수강료는 대입종합반이 월1만4천9백원(하루6시간제)∼1만6천4백원(하루8시간제), 단과반이 2천5백50원(70명반)∼4천1백50원(40명반)정도.
개인교사 지도료는 하루 2시간제가 월2만5천∼3만원, 입주가 1만5천∼2만원,「그룹」지도가 과목당 1만원꼴이며, 기타잡비(책값·교통비·이발및 목욕료등)가 1만원정도 들어간다.
서울종로2가 D학원종합반 출신인 김모군(20·충북 청주·Y대합격)은 별도로 실력이 달리는 영어·수학을 보충하기위해 단과반 강의도 들어왔는데 월수강료만도 3만여원씩 들었다고했다.
서울서 1년동안 하숙(월2만8천원)을 해온 김군의 재수비는 잡비(월평균1만원)를 포함, 월6만8천원, 연간80여만원이 들었다는 것이다. 김군의 가정은 청주에서 부농으로 소문났지만 하숙비등이 제때송금돼오지않아 고생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는것.
또 공무원 서모씨(43·서울종로구명륜동)는 작년B고교를 나와 S대입시에서 낙방한 아들의 재수비용으로 월급의 50%에 해당하는 5만원씩을 1년간 지출, 4식구의 생활이 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서군은 같은또래 친구4명과함께 개인교사를 초빙, 영어·수학·과학·사회등 5과목을 과목당 월1만원씩의 지도료를 내고 강의를 받아온것이다.
연간 60만∼70만원의 재수경비는 대학생의 연간 교육비부담을 오히려 능가한다. 그래서 재수를 하면서까지 대학에 들어가려는 고행파(?)와는 달리 일찍 일자리를 구해나서는 실리파도 없지않다.
올해 서울S상고를 나와 K대입시에서 실패한 정모군(19)은 대학진학을 아예 포기, 월6만원짜리 일자리를 구해 나섰다.
아버지가 조그만 회사를 경영하는 정군의 가정은 비교적 윤택한 편인데도 좀더 배워야할 나이에 진학을 포기할 이유는 간단했다.
재수·3수를하고 대학공부를 하는데 들 교육비와 대학졸업후 벌 수 있는 수입을 상쇄하면 차라리 고등학교만 나와 바로 취직하는 편이 훨씬 이익이라는 계산에서였다.
정군의 계산에 따르면 대학진학을 포기, 취업할경우 재수경비가 보통 월평균 5만원으로 1년간 60만원, 대학등록금이 학기당 20만원으로 4년간1백60만원, 책값등 기타비용이 연간 최소 15만원으로 4년간 60만원등 모두 2백80만원이상이 고스란히 절약된다는 것. 게다가 5년동안 벌 수 있는 소득을 월평균 8만원으로 계산해도 4백80만원은 된다는것이다.
물론 대학진학이 반드시 졸업후의 돈벌이만의 목적이 아닌이상 이같은 실리추구가 반드시 옳다고는 할수없다. 그러나 대학의 문은 비좁고 해마다 오르는 학비마련이 어려운 우리네 형편으로서는 고려해봄직도 하다.
서강대 임진창교수는 지난 한햇동안 전국7만6천2백여 재수생들이 쓴 재수비가 1인당 월평균 4만원씩 모두 30억원으로 연간 3백60억원에 이를것으로 추산했다. 올해는 대학등륵금인상 영향등을감안, 학원수강료 인상이 뒤따를 것으로보여 재수생경비도 1인당 월평균 5만원으로 오를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0만재수생의 연간 재수비는 6백억원에 이를것으로 추산된다. 경부고속도로를 또하나 건설하고도 남을 거액이다. <오만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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