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늑대사냥 … 아웅산테러 후 북한 고립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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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외교부가 일본 총리의 첫 공식 한국 방문, 버마(현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 소련의 대한항공(KAL)기 격추 등 30여 년 전 역사의 비화를 담은 외교문서 1648권(27만 쪽)을 26일 공개했다.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년이 지난 1983년을 전후한 문서다.

 우선 1983년 1월 한·일 정상회담이 눈에 띈다. 당시 정부는 ‘거북선 계획’을 수립해 전두환 대통령과 나카소네 일본 총리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정상회담을 추진하며 극비리에 40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차관을 받기로 한 내용, 우리 측이 정상회담에 여론 부담을 느낀다고 적은 부분, 일본 역사교과서의 왜곡에 조용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힌 내용 등이 나온다.

 1983년 10월 9일 버마 아웅산 테러와 관련한 문서도 비밀해제됐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노린 북한의 테러로 인해 함병춘 대통령비서실장,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부 장관 등 순방 수행단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테러 직후 ‘늑대사냥’이라는 작전명으로 북한을 고립시키는 보복 외교작전을 수립했다. 북한과 외교관계를 가진 국가에 외교부 장관 친서, 정부특사, 경제협력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각국이 북한에 대해 유감표명을 하고 공관을 폐쇄하는 결정을 유도했다.

 1983년 9월 1일 발생한 소련 전투기의 대한항공(KAL)기 격추 사건 당시 긴박한 상황파악 과정도 공개됐다. 연락이 두절된 후 추락 가능성을 두고 미국·일본 쪽에서 소련 격추설 등이 흘러나오는 과정, 우리 정부가 소련에 보상청구를 검토하다 포기하는 과정이 담겼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과 전쟁 시 북한과 베트남을 공격하는 방위지침을 수립했던 내용, 정부가 미국에 망명해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감시하고 일본 측의 DJ납치사건 조사를 저지하려 했던 내용이 담긴 문서도 있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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