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마켓·떡·예식장 … 34개 품목 중기 적합업종 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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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동반성장위원회가 수퍼마켓·떡·예식장·화장품소매 등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앞으로 3년간 대기업의 진입 자제나 사업철수, 사업확장 자제 등 권고를 받는다.

 유장희(사진) 동반성장위원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조업·서비스업 34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떡(떡국·떡볶이), 화장품 소매업, 애완동물용품 소매업과 복권 판매업, 전세버스, 자동차 임대업, 예식장업 등 12개 업종은 현재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중이다.

적합업종 지정은 ‘신청→ 실태조사(동반위·연구기관)→ 조정협의체→ 실무위원회(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공표’의 단계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조정협의체가 구성되면 사실상 적합업종 지정 수순을 밟는 셈이다. 동반위는 실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음 달 중 12개 품목을 신규 지정할 방침이다.

 동반위는 또한 수퍼마켓, 계란도매, 문구 도·소매업, 국내외 여행사업 등 22개 업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연구원·시장경제연구원과 함께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실태조사가 끝나는 대로 5월 중 조정협의체를 꾸릴 예정이다. 유장희 위원장은 이날 적합업종 지정이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규제를 푸는 것은 민간에서 알아서 하라는 뜻이지 시장을 대기업이 모두 가져가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강제 규제가 아닌 권고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동반위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두부제조업의 적합업종 지정으로 대기업에 주로 납품하는 국내 콩 농가가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포장두부 시장의 75~80%를 대기업 3사가 점유하고 나머지만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생산한다”며 “적합업종을 풀어서 100%를 대기업이 생산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든다”고 답했다. 동반위는 올 9월 권고기간이 만료되는 간장류 등 82개 품목에 대해선 8월까지 관련 단체의 신청을 받아 지정 필요성이 있는 경우 재지정한다는 방침이다.

 34개 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규 지정되면 관련 대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소매업을 하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KT&G 등과 자동차 임대업을 하는 KT렌탈·AJ렌터카, 국내외 여행사업을 하는 한진관광·롯데관광개발·하나투어·모두투어 등 대형 여행사들이 권고 대상이다. 예식장 사업을 하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이 영향을 받는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권고라지만 몇 다리를 거칠 뿐 적합업종 선정은 사실상 대기업들에 규제”라고 말했다. 동반위는 강제 제재가 아닌 권고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중기청장에게 조정신청을 할 수 있다. 중기청장은 제재권한이 있다.

 실제로 수퍼마켓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려는 것에 대해 롯데슈퍼 관계자는 “수퍼마켓도 유통업의 중요한 카테고리고, 외국계 업체들의 진출에 대비해 선진화해야 하는데 마치 자영업자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처럼 묘사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대형 수퍼마켓은 이미 유통법 등의 각종 제한을 받고 있어 신규 출점이 어려운 상황인데 이중 삼중의 족쇄를 채우려 든다는 불만이다.

 반면 이미 중소기업에 사업권을 이양했거나 상생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분야도 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떡 제품들을 철수했고, 현재 ‘즐거운 동행’이라는 동반성장 브랜드 제품만 판매 중이다. 신세계푸드 역시 자체 소비 물량 외에 사업확장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자동차 렌트업 관계자는 “현재 적합업종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장·단기 렌터카가 아니라 운전자가 사고 시 수리기간 동안 차를 빌리는 ‘보험대차’ 분야”라며 “일부 손해는 있지만 상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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