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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알맞게 마시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기뻐도 술, 슬퍼도 술-. 우리나라사람들은 하루생활의 희로애락을 술로써 달래려한다.
술을 마시지만 술 자체를 즐긴다는 것보다도 술의 힘을 빌어 쌓였던 욕구불만을 터뜨리는 것이 주된 목적.
술잔을 상대방에게 권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졸장부로 몰릴까봐 돌고 도는 잔을 따라 마시게되면 항상 폭음하게 마련이다.
독일인 B씨는 한국인은 조그만 일에 흥분하고 노하기 쉽고 괜히 시비걸고 싸우기 일쑤며 열광적인가하면 우울하고 수다스러우면서도 무관심할 때가 많다』고 촌평했다.
그러나 술자리가 시끄럽고 노랫가락이 그치지 않는 것은 정서적인 불만·불평을 잠시나 마 잊으려고 하는 어쩔 수 없는 방법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어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
조용히 자작(자작)하며 술 그 자체를 즐기려는 외국인들에게는「알콜」중독자가 많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사람들 가운데는 극히 적은 편이다.
미국인 F씨는 한국문화를『먹고 우는 문화』라고 꼬집었다.
한국사람이 먹고 마시기를 좋아하는 것은 후천적인 구강성기질(구강성기질)때문 이라는 해석도 있다. 아기가 울거나 보챌 때 어머니들은 젖을 물려 달래는 것이 습관화되어있다.
이러한 육아방법 때문에 커서도 욕구불만을 입으로 달래려한다는 것.
술값은 으례 『한잔하자』고 권유한 사람이 바가지를 쓰게 마련. 이 때문에 목로구점에서 소주나 막걸리로 시작한 술이 돈내기 경주라도 하듯 2차는 맥주「홀」, 3차는「살롱」,「고 고·클럽」이나 「나이트·클럽」으로 발전(?)하게 된다.
또 양주의 원산지에서도 잔술을 청해 마시지만 우리 술집에서는 잔술보다는 병째 청해 마시는 예가 더욱 많다.
「더치·페이」(Duch pay=요금을 각자 계산하는 방법)풍습에 젖어있는 서구인들은 술값은 물론 세금까지도 나누어 각자 계산하는 예가 흔하다.
한국식 계산방법은 교대로 술을 사야하기 때문에 편리하고 보기좋은 면이 있지만 분수에 맞지 않은 낭비가 따르기 쉽고 언제나 계산을 남에게 미루는 얌체기질로 발전하키도 한다.
통금이 임박한 유흥가는 마치 차 잡기 전쟁터로 변하고 취객들은 콧대가 높아진「택시」 운전사들과 시비가 그칠 새 없다. 파출소와 경찰서 보호실은 의기양양한 주정꾼들의 고함소리가 드높다.
주량 껏 알맞게 마시고 적당히 기분내며 쌓인 피로를 털어 버리는 절도있는 생활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조언=윤태림경남대학학장·박대인감리교신대교수) <김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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