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설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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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기업에 있어서 75년은 하나의 시험의 해였다. 끈질긴 국내외 여건의 도전속에 한국의 기업이 얼마나 커갈 수 있고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가하는 자기한계성의 문제에 도전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75연초 많은 사람이 한국 경제에 상당한 의구심을 품었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나라가「마이너스」성장을 보인 일반화된 침체속에서 한국은 7%의 경제성장을 보였고 수출도 비록 목표에는 미달했다고 하나 17% 내외의 신장세를 보였다.
이것은 한국적 기업체질의 강인성을 입증한 것으로 총체적으로는 정부시책과 기업가의 노력 그리고 근로자의 헌신이 삼위일체로 호흡을 같이한 결과라 할 것이다.
국제경제가 새해엔 구비를 넘기고 회복세에 접어들것이란 예측도 많지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우선 각국이 자국위주의 보호무역정책을 계속 추구, 한국같은 개도국에 대한 수입규제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규제대상 아닌 품목을 찾아 개발함은 물론 규제품이라도 가격·품질면을 개선, 돌파구를 찾는 대응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새해는 물가안정에 정책의 역점이 두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의 통화긴축과 이에 따른 기업의 자금경색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기업도 고삐를 늦추지 말고 보다 단단히 죄는 경영자세가 필요하다.
반면에 세계의 경기가 호경기에 접어들 때 우리기업의 공급능력이 부족사태를 빚어서는 안될 것이다. 과거 2∼3년은 기업의 확대투자가 거의 없었지만 새해에는 이에 대비, 어떤 분야를 학대할 것인지 진지하게 계획하고 검토해야겠다.
지난해는 부분적이나 탈세·외화도피등 기업부조리의 노출사례가 많아 유감이었다. 과거10수년에 걸쳐 비교적 순탄한 공업화과정을 밟아온 한국의 기업도 차제에 올바른 경영철학을 재정립할 때가 왔다고 본다.
더불어 모든 사람이 해외진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제3세계 내지 공산권에까지 침투하는 원대한「비전」과 전략을 수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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