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대 529명 사형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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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집트 법원이 지난해 군부 쿠데타에 의해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자 529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집트 역사상 이 같은 대규모 사형선고는 처음이다.

 AP통신 등은 24일(현지시간) “이집트 남부 민야지방법원이 이날 무르시의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 소속 인사 등 529명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사형을 판결했다”며 “기소된 피고인 545명 중 16명에게만 무죄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집트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경찰관 1명 살해와 다른 경찰관 2명에 대한 살인미수, 경찰서 습격 혐의를 적용했다.

 피고인들은 지난해 8월 카이로 라바광장에서 발생한 무르시 지지시위를 군경이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 명이 숨지자 이를 항의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피고 측 변호인단은 “지난 22일 첫 재판 이후 두 차례의 공판 만에 선고가 내려져 제대로 변호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재판은 ‘인민재판’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사법정의를 제대로 세우려면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형선고가 오는 6월 대선을 앞두고 무슬림형제단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AP 등은 “유례없는 집단 사형선고는 군부 실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대권을 잡기 위한 포석 중 하나”라며 “사회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반대파들에 대한 강력한 탄압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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