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박살" 중·동부전선 이상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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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초전박살-.』
힘찬 기합소리가 첩첩 계곡을 메아리친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번개부대」로 불리는 제9280부대 장병들은 해발1,175m의 험준한 대성산계곡에서 살을 에는 허공을 손발로 힘껏 가로지르며 태권도훈련을 받고있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도 오들오들 떨리는 차가운 날씬데도 이들은 가슴이 훤히 보이는 태권도복만 걸치고 얼굴은 붉게 상기돼 하얀 김을 무럭무럭 내고 있다.
「초전박살」은 76년도부터 한국 육군이 쓰기로한 구호. 이 구호는 개전초기에 적의 주전력을 격멸, 희생을 최대한으로 줄일수 있다는 적극적인 방어개념으로 병사들은 공세적인 「뉘앙스」마저 풍기는 이 구호를 매우 좋아한다고 부대장 K대령은 말했다.
장병들이 한결같이 사기가 드높다는 사실은 이들과의 대화내용 속에서 잘 나타났다.
제8302부대장은 『얼마전만 해도 장병들이 이처럼 험한 산간지대를 벗어나 서울시내에 들어가보면 너무나 화려한 시민들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었는데 최근 국민들의 방위성금으로 막사등 각종 지원이 크게 개선되고 위문품도 답지하자 혼자 외로이 싸우는게 아니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병들이 너나없이 『북괴가 꼭 한번 다시 남침을 해올 것이라면 내가 있을때 와 달라. 어차피 전선이 따로 없을 바에야 최전선에서 초전에 북괴를 격멸시킬 기회를 갖고싶다』고 말한다고.
제9280부대장은 『75년은 한국군역사에 길이 남을 해다. 우리는 올해 예년의 수배에 달하는 일을 해내 미흡했다고 생각되던 모든 전투태세를 완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예상되는 모든 공격형태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제는 국민이 우리를 믿어주어도 좋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오른 편에 적근산(1,084m)을 끼고 북쪽을 바라보니 12km지점에 1백27가구가 옹기종기 모인 「아침리」라는 북괴전략촌이 보인다.
이마을 오른편엔 세로35m, 가로25m나 된다는 대형 김일성간판이 「칼라」로 그려져 있는것이 망원경으로 선명하게 보였는데 부대장은 북괴노동당창당 30주년이 되는 지난10월10일 아침 이 간판앞에는 수백여 북한주민들이 모여 참배를 했다고 말했다.
S참모는 『우리는 특히 기습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으며 또한 겨울과 밤, 그리고 공휴일이 오히려 더 바쁜 때』라고 지적, 국토방어임무에 한치의 헛점도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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