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철학(최재희 저)-역사법칙을 한족 사에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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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재희 교수의 『역사철학』이 개정판으로 나왔다. 현대철학의 동향에 있어서는 역사전체의 의미를 형이상학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인류 역사의 위기의식과 「이데올로기」대립으로 인해서 역사의 문제가 큰 철학적인 관심을 끌고있다.
특히 유물사관의 도전을 받고있는 우리들에게는 역사철학이 중요한 연구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한마디로 역사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그러면서도 어떤 하나의 관점도 배제하지 아니하고 포괄적으로 다루었다. 역사철학은 원래 철저하게 서양철학의 산물인데도 이 책은 우리나라 학자로서의 안목으로 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제1장에서 역사의 개념을 다루면서 첫째로 『한족개국의 정신』을 살펴보았고 『동양인의 역사서술』을 함께 고려하였다.
제2장에서는 역사철학의 과제로 내용적 역사철학, 형식적 역사철학, 역사적 상대주의, 응용적 역사철학 등을 들고 있다. 특히 역사적 상대주의는 역사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국사에도 많은 암시를 준다.
제3장 역사철학의 역사는 저자의 독특한 견해로 역사철학의 역사를 5개의 기간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으나 완전히 그렇게 분류될 수 있는지는 의문을 남긴다.
그리고 제5장 역사적 현실에서는 역사과정의 『객관적 법칙』을 한족 사에 적응하려고 시도하였고 한국인의 전통적 생활의식도 성실하게 분석했다. 특히 제6장의 근대적 문학정책에서는 우리나라의 나아갈 길을 여러모로 다루었다. 문화정책의 기본이념으로부터 국민윤리의 개념, 그리고 언어정책 곧 한글정책에 이르기까지 역사철학을 배경으로 설명하고있다.
현대철학이 전체적으로는 역사철학을 등한히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학문적으로 성실하면서 매우 현실적으로 역사의 문제를 다루고있다고 평가된다. 저자는 서울대철학과교수. 【이규호<철학·연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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