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계 간첩 일본서 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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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대·연대에서 재일교포 유학생으로 위장활약 했던 조총련계 교포간첩 김정길씨(31·회사원·경북 달성군 옥포면 송촌동)가 28일 하오 주일 한국대사관에 자수, 과거를 폭로하면서 필요하면 서울에 가서 모든 내막을 폭로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부인과 두 자녀를 데리고 대사관에 찾아와 지난 69년 서울대 교양과 정부와 연대 경상대에 동시 입학한바있는 재일 조총련의 밀파 간첩이었음을 밝히고 『조총련에 속아서 간첩 생활을 한 것을 후회하여 자수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사관에서의 기자회견직전 「아사히」(궤구)신문사를 찾아가 『자신이 조총련의 꾐에 빠져 이용당했던 과정을 자세히 밝혔다』고 말했다.
민단소속 교포였던 김씨는 지난 67년 조총련에 포섭된후 특수교육을 받고 당시 조총련본부 감사위원장 정(현재 총무부장이라함)이라는 조총련 간부로부터 한국에 건너가 69년 연대·서울대등에 입학, 혹은 취직하여 학생「데모」선동 및 각종 정보수집활동을 하라는 지시를 받고 68년 한국에 왔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씨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요지.
▲포섭경위=일본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살면서 법정대학을 다녔다. 졸업이 가까와 취직을 걱정하고 있을때 조총련의「유학생동맹」이라는 조직의 강연회에 우연히 갔다가 민족의식을 불어넣는 강연내용에 감격, 강연자를 찾아가 장래의 신상문제를 상의했다.
67년5월 조총련본부에 소환돼 동경 신찬정 역전 다방에서 감사위원장인 정이라는 사나이를 만나 『서울에 가서 중요한 일을 하라』는 지령을 받은후 자금을 받아 동경에 「아지트」를 정하고 1주일에 3차례씩 각종 강습을 받았다.
동시에 동양항공회사에 취직을 시켜 주면서 한국에 가는 사람의 동향보고를 지시하여 1년 가까이 1주3회씩 명단을 보고했다.
▲간첩활동=69년 5월과 여름방학에 처음으로 일본에 돌아와서 「데모」사진을 찍은「필름」과 정보를 그에게 주었다. 이사진은 근접촬영을 하여 「데모」학생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그때 정에게 주고 남은 20장 가량의 「필름」을 기자들에게 제시했다).
정은 1년에 평균 10만「엥」씩 주었으나 차차 경제적 뒷받침이 줄어들고 기회있을 때마다 동경에 가서 제공하는 정보가 별 가치 없다고 투덜거렸다.
▲자수동기=일본에 돌아와 가끔 그에게 연락하여 만났다. 전화번호○○국1991번에 연락하게 돼있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고 지시를 물으니 정은 기다리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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