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진출의 기대와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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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란」과의 경제협력합의를 계기로 각계에서 중동에 대한 관심이 한결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의 대부분은 아직도 중동의 특수한 경제적 상황에만 너무 초점이 치우친 것으로, 자칫하면 편견에 사로잡힐 소지가 적지 않다.
중동을 형성하고 있는 요소는 산유국이라는 특정의 지위 말고도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여러 비경제적 요소가 혼 재하고 있어 어느 한 측면의 일의 적인 접근만으로는 그 전모를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작금 정부나 민간업계가 함께 중동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기관이나 실무기구의 구성에 의욕을 보이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경제·통상협력의 새로운「파트너」로서 우리가 중동에 기대할 수 있는 한계는 어느 정도며 우리가 해낼 수 있는 능력은 어느 부문에서 무엇을 어느 만큼 할 수 있는지를 개략적이나마 파악해 두지 않고서는 바람직한 호혜나 상호보완이 불가능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24일자부터 본지가『중동경제의 전모』라는「시리즈」를 특별기획, 연재하고 있는 취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동경제에 관한 가장 핵심적인 의문은 무엇보다도「오일 달러」가 얼마나 축적되었으며, 어떤 경로로 환 류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석유파동 이후 각 국의 경제전문가들의 예측이 모두 착종했던 것처럼 이 문제에 대한 평가는 매우 다양한 변화를 감안하지 않으면 안될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변화를 토대로 한다면 적어도 산유국들의 석유수입은 현재 증가속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때는 80년까지 7천억「달러」의 축적이 가능할 것으로 추계 되었던「오일달러」가 세계적인 불경기와 함께 소비감소도 현저하여 올해 상반기의 OPEC생산량은 전년동기 비 16·7%의 감산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하여 수입과 투자수요는 의욕적인 개발계획의 추진과 함께 급격하게 늘어나 산유국의 자금잉여 폭은 현저히 감소하거나 오히려 적자로 반전하는 나라도 없지 않다. 산유국전체로도 올해 1·4분기의 자금잉여 폭은 불과 50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우리와 경협 관계를 본격화한「이란」만해도 10월의 유가인상에도 불구하고 2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보일 만큼 경제개발에 적극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대부분의 산유국들도 이와 비슷한 사정이다. 이런 중동경제 사정은 곧 우리의 진출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중동산유국들이 그들의 개발의욕을 늦추지 않고, 서방 공업국들의「인플레」율이 현재처럼 진행된다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자본협력의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타 중동지역과의 협력관계도 한-「이란」간의 협력범주를 크게 벗어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중동제국의 일반적인 경제개발「패턴」이라 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건설분야는 그 투자규모가 워낙 방대하므로 우리가 참여의 폭을 늘릴 수만 있다면 자본협력보다 유리한 측면이 없지도 않을 것이다.
문제는 중동제국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기능공수출에 대해 우리의 공급능력이 얼마나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국내의 4차 5개년 계획에서도 이미 심각한 기능공부족이 예견되고 있음을 상기할 때 이 사정은 절제 없는 인력수출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점 국내정책과의 조화를 잃지 않는 경협 확대가 소망스럽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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