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페인 관계 큰 변화는 없을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프랑코 총통 사후에도 스페인은 한국과의 긴밀한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외무부는 전망하고 있다.
곧 대관식을 가질 환·카를로스 황태자는 대내외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피해 프랑크 노선을 상당기간 답습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프랑코는 기본적으로 반공 친 서방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국과는 지난50년 수교한 이래 유엔 등 각종 국제기구에서 한국지지·북괴반대 자세를 유지해 왔다.
경제적으로도 69년부터 우리 원양어선 단이 스페인 연해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고 수출액도 지난해 1천만달러를 상회했으며 선박건조와 조선소 및 수산물냉동창고 건설 등을 위한 자본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양국은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기본협정과 어업협력협정을 체결한데 이어 통상경제협력협정 및 우리 기술자에 대한 노동취업허가문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서 유대관계에 우려요소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쿠바 이외에는 어떤 공산국가와도 외교관계를 맺지 않던 스페인이 73년에 중공과 국교를 수립, 중공의 등에 업힌 북한에 대해 정책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일단은 생겨난 셈이기 때문이다.
작년 유엔 총회를 앞두고 마드리드 주재 중공대사가 한국문제에 관한 공산 측 결의안의 지지를 요구했으나 스페인은 이를 묵살했고 올해도 한국입장을 계속 지지했듯이 아직은 대 평양선회 기미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북괴의 대 스페인 경제관계도 직접 교역은 없이 중개무역을 통해 연간 왕복20만 달러 정도의 교역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인접국 포르투갈의 좌경화, 작년부터 부쩍 활발해진 스페인의 대소·동구권 접근움직임에 곁들여 이번 국가원수교체에 따를 내정동요의 틈을 이용한 북괴의 대 스페인 접근 시도는 이제부터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남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