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도덕, 공평의 기준서"-미 휴스턴서 「장기예측」토론대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성장의 한계」를 주제로 한 75년도「장기예측」토론대회가 최근 미「텍사스」주의 공업도시「휴스턴」에서 열렸다. 4백여명의 학자·실업인 등이 참석한 이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전세계에 열병처럼 퍼져있는 고도성장에의 요구와 이것이 빚고있는 자원고갈·공해·자연파국 등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토론했다. 72년 「로마·클럽」이 주관, 발표한 「성장의 한계」라는 「리포트」가 인류의 미래에 대해 극히 음울한 신「맬더스」적 전망을 던진 것이 이 대회를 열게 한 계기를 만든 것이다. 인구·공해·자원의 소비가 지금 추세로 지속된다면 1세기 이내에 현대문명은 붕괴에 직면할 것이라고 「리포트」 「성장의 한계」는 지적한 바 있다.
이번 「휴스턴」대회의 목적은 확고한 결론을 얻기보다 현재 세계의 정치조직들이 이런 범인류적 문제의 해결에 어느 정도의 관심과 능력을 갖고있는가를 토론함으로써 각국의 정치지도자들에게 경고하는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고 한 참석자는 말했다.
『성장이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스스로의 중량 때문에 인류의 생활을 파국으로 몰아갈 근본적인 탈세행위』라고 비판한 MIT의 「D·L·메도우스」교수는 기술진보가 성장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주장들은 전혀 공허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개발이 어떤 성과를 제시한다 해도 지금 같은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추세가 계속되는 한 그 한계는 조만간 온다는 것이다.
한편 「허먼·칸」박사를 중심으로 한 성장 예찬자들은 인류가 개발한 자연극복의 기술과 지속적인 성장은 풍요한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낙관론을 견지했다.
인간이 자연을 이용, 물질적인 희소성을 극복하는 과정이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고 시장의 가격기구는 소비와 자원배분의 불균형을 시정, 효율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성장까지도 조만간 사회·경제적 여건을 반영, 스스로 조정되어 갈 것이라는 유쾌한 낙관론을 폈다.
『미국이 당면한 최대의 문제는 물질적 부를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이룩한 사회가 타락한 산업사회라는 느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쓸데없는 죄의식』이라고 주장한 「칸」씨는 『인간이란 본래 부유하고 편안하면 곤란한 걱정거리를 생각해 내는 동물』이라고 신「맬더스」론자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성장에 대해 상이한 견해를 가진 이들 두 「그룹」들은 바람직한 미래세계를 『예술활동 등 자기발전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비물질적 사회』로 전망하고 있는 점에서 같은 미래상을 갖고있다. 다른 점은 이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과 걸리는 시간, 이 과정 속에 개입될 윤리의식에 대한 것이었다. 경제성장정책과 관련, 「칸」씨는 『성장의 추구는 결과적으로 세계전체의 부를 증대시킬 것이며, 비록 빈부국 사이의 격차를 넓힐지는 모르지만 빈국들도 절대적 수준으로 본 자국의 부의 증가에 만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전세계의 기존자원 가운데 많은 부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범죄행위를 자행한다고 비판하는 나라들은 없다』고 말한 「칸」씨는 각국의 자원사용과 적절한 성장의 문제는 국제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초국가적 정치조직 등에 기대할 수는 없고 국가별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칸」씨의 견해에 대해 「메도우스」씨 등 「로마·클럽」회원들은 『비인도적일 뿐 아니라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지구상의 부존자원은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것이며, 지금 같은 무절제한 성장의 추구는 어떤 형식으로든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메도우스」교수 등은 「미국 등 현재 부존자원량이 많은 국가들이 취해야 할 공평하고 윤리적인 태도는 자국의 자원사용에 대한 책임과 이에 대한 세계적 균형에 더욱 노력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본사특약=미「볼티모 선」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