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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적 속인 유우성, 공무집행방해죄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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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우성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국가정보원 윗선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이 20일 간첩 혐의 피의자인 유우성(34)씨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중국 국적자인 유씨는 2011년 6월 서울시의 탈북자 공무원 채용 때 특채됐다.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용돼 탈북자 지원업무를 맡았다. 지원대상이 ‘탈북자’로 제한돼 있었음에도 합격할 수 있었던 건 신분을 속였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는 탈북자가 아니어서 지원 자격도 없는데 거짓 신분을 이용해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며 “결국 서울시가 당초 의도한 탈북자 공무원 선발을 방해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위계(僞計·거짓 계책)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죄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수능시험 때 휴대전화를 들고 들어가 부정행위를 하거나 외국의 중·고교 졸업장을 위조해 명문대에 합격한 경우 등이 대표적 사례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유씨가 탈북자가 아님에도 서울시 당국을 속여 공무원이 된 부분에 대해선 추가 공소 제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단체인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은 이날 유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사기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대검 관계자는 “고발장에는 유씨가 탈북자 보조금 7700만원을 챙긴 부분은 사기혐의로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수사단계에서는 “오빠는 간첩”이라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진술을 180도 바꾼 유씨의 여동생 유가려씨에 대해서는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유씨 측 변호인이 제출한 출입국기록이 부정 발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진위를 조사 중이다. 이와 별도로 증거 조작 과정에 연루된 검찰 공소유지팀은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계속 찾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수사팀은 출입국기록 문건 3건의 위조 사실을 국정원 이모(3급 처장) 대공수사팀장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날 이 사건 주범격인 김모(48·4급·구속) 조정관을 포함한 직원 2~3명을 불렀다. 전날엔 선양총영사관 이모(4급) 영사에게 가짜 영사확인서를 첨부하도록 외교전문을 보낸 권모(4급) 부총영사를 조사했다. 이들을 상대로 이 팀장이 중국 관리로부터 직접 빼낸 중국 출입국전산망의 원본을 토대로 증거를 조작하라고 지시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수사팀은 김 조정관으로부터 “유씨 출입국전산망 기록 원본은 이미 대공수사팀에서 확보한 상태였고 나는 이후 문건 3건 입수에만 관여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김 조정관은 또 “허룽시의 출입국기록과 발급확인서는 두 명의 협조자가 각각 구해왔지만 모두 사건이 불거진 뒤 연락을 끊고 현지에서 잠적했다”고 진술했다. 권 부총영사는 “해외 파견근무가 초임인 이 영사에게 비공식 입수문건에 영사확인을 해온 관행에 대해 업무상 조언을 해줬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당시 수사검사 3명에 대한 감찰 착수를 검토 중이다. 검사들도 국정원이 제출한 문건의 위조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다.

이가영·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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