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를 활용하게 해드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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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많은 젊은이들이 부모에 대한 효도방법을 흔히 용돈조달과 건강에서 찾으려든다. 노인정에 나가 장기판과 마주하고 무료함을 달래려는 부모들의 지루한 하루 일과에 시선을 돌리는 젊은 세대는 흔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노인들은 용돈과 건강보다는 남아 돌아가는 여가로 더욱 더 고독감을 맛본다. 현대는 이제 효방법으로 부모의 여가시간에 관심을 돌리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노인들에겐 하루일과와 여가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은 국제노년학회(IAG)의 성격변화에서도 금방 알 수 있다. 세계 유일의 노인대상 국제연구모임인 이 단체는 1950년 발족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노인의 생리·노화부문만을 연구대상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심리·사회부문이 중요연구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인들에게 건강보다는 심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차차 인식되고는 있으나 아직 많은 가정에서 새로운 효방법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편. 자녀들이 읽을만한 책을 사는 가장은 있어도 부모를 위한 책을 사는 경우는 없다. 효성이 지극한 아들일지라도 부모가 무료해하고 있는가를 「체크」하는 사람은 드물다. 부모에게 새로운 취미를 찾아주는 일은 좁게는 그 부모의 보람찬 여가를 위해서, 넓게는 사회공헌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하상격교수(서울대·사회사업학)는 지적한다.
하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집에서 주로 하는 일은 『집안일 돕는일』(21%), 『라디오나 TV 보는일』(17.6%), 『신문·잡지 보는 일』(16.5%), 『이웃 친구들과 지내는 일』(11.5%) 등이다. 그런가 하면 13.7%라는 많은 노인들이 『집에서 하는일 없이 보낸다』고 응답하고있다. 노인들이 자신들을 위한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손자들조차 5∼6세가 넘으면 노인을 기피하는 경향이다. 가족들의 대화에서조차 따돌림 받는 노인들이 노후의 긴 하루를 보람있게는 커녕 소일조차 못해하는 현상은 공원에 할 일 없이 앉아있는 모습, 방송국에서 방송국으로 몇십명씩 몰려다니는 광경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노인들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TBC-TV의 『장수만세』「프로」의 경우 매주 방송국을 단골로 찾는 노인수는 30∼40명이다.
그러나 방송국을 제외하고 사설단체나 사회단체가 운영중인 노인학교·노인교실·할머니교실등에 등록,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노인들은 그나마 서울에 거주하는 일부분에 국한·된다.
노부모에게 미술·붓글씨·민예품 만들기등의 취미를, 혹은 걷기 운동회·등산「클럽」등에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일에도 젊은 세대는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질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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