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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사나운 자본시장연구원 낙하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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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 기자 중앙일보 경제산업디렉터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자본시장연구원의 신임 원장 선임을 놓고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특정인 내정설’이 돌면서 추천된 후보들이 줄줄이 중도 포기, 결국 면접도 치르기 전에 단 한 명의 후보만 남았다. 급기야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인 최운열 서강대 교수가 “공정경쟁의 틀이 훼손됐다”며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위원장을 ‘왕따’시켰다는 말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위원장이 또 다른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 지분이 없는 작은 연구기관이 이런 논란에 휩싸인 건 의외다. 자본연은 대형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 등이 출연한 민간기관이다. 그간의 원장 선임방식도 단출했다. 전임이 떠나기 전 학계 전문가를 물색해 적임자를 후임으로 추천하는 방식이다. 추천위를 꾸리기 시작한 건 3년 전 현 김형태 원장이 연임하던 때다. 그간 돌출 인사가 원장이 되거나 낙하산 논란이 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금융 당국에서 특정 인사를 민다는 소문이 몇 달 전부터 금융권에 나돌았다. 결과적으로 소문은 기정사실화된 모양새가 됐다. 이를 의식해 공모 절차를 다시 거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묵살됐다. 추천위는 나머지 위원들로 다음 주 초 단독 후보인 신인석 중앙대 교수를 상대로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 교수의 전문성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란 꼬리표가 오히려 부담이 됐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하지만 공정성 논란은 이미 자질 문제를 덮어 버렸다. 논란의 소지가 충분했음에도 이를 불식시키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뒤따르지 않은 탓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동양사태 등 연이은 악재에 우리 자본시장의 내상은 갈수록 깊어져 가고 있다. 떠나는 투자자를 붙잡고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자본연이 맡아야 할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상처 난 리더십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