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문리대가 헐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3년 전에 우리 몇몇 동문들은 이「캠퍼스」 보존운동을 벌였다. 유서 깊은 대학가가 호화판 「아파트」 또는 고급주택가로 바뀐다는 보도가 있을 때마다 울분을 금치 못했으나 이제는 서글픔과 함께 부끄러운 마음마저 느끼게 한다. 조심스럽고 부끄럽다는 것은 우리가 벌였던 「캠퍼스」보존운동이 어느 누구의 호응도 받지 못한 채 메아리조차 찾을 길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치 토지 「브로커」 를 하면서 떳떳치 못한 일을 저지른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도 비단 나 혼자만이 느낀 감상은 아닐 것이다. 추억과 낭만이 물결치고 아름다운 과거를 간직할 수 있는 모교에 대한 정이 이 같이 변질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말살되어 가는 우리의 과거를 우리의 손으로 지키지 못한 죄책감, 그리고 메말라 가기만 하는 오늘의 현실은 생각할수록 지금쯤 한창 떨어지고 있을 「마로니에」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 깊어 가는 가을과 함께 서글픔을 금할 길 없다. 그밖에도 부끄러운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행정당국은 왜 이렇게 자주 최종결정을 번복해야하며 성급하고 옹졸하게 결단을 내리는가. 「결정」이라는 사항은 항상 최종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 같은 최종결정을 자주 들어야만 하는 오늘 언제 또 다시 또 다른 결정을 들어야 하는지 하는 불안과 함께 현실에 대한 부끄러움이 앞서는 것이다. 국립도서관이 남산어린이회관으로 옮겼을 당시 이 건물이 도서관으로서 적합치 않다는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었을 때 『결국 도서관은 문리대 자리여야 해』 하는 마음도 들었으나 굳이 도서관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이 아니면 어떤가. 상설미술관이나 연구소등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네핌생활을 요구하는 요즈음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5천만원짜리 호학주택단지(제2의 도둑촌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의 출현을 반대할 따름이다.
메아리지는 캠퍼스 보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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