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경기-김만제(한국개발연구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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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월중 경제동향을 보면 올해의 어느 달보다도 모든 지표의 변동이 가장 고무적으로 나타나고있다.
무엇보다도 외환사정이 지난 몇달 동안 계속 흑자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적어도 이와 같은 추세가 앞으로 몇달 더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오늘의 세계각국은 1930년대의 대공황이래 최악의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고 계속되는 실업과 국제수지역조를 방어하기 위하여 무역규제를 더 한층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로 인하여 세계무역량이 30년대 이후 처음으로 물량기준 10%이상의 대폭감소를 보이고있는 가운데 우리 나라 수출실적이 그런대로 호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크게 주목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추세를 견지한다면 올해 우리 나라의 수출은 54억 내지 55억「달러」(상공부 기준)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계측되는바 이는 전년 대비 16% 증가이며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의 수출감소경향과는 좋은 대조를 보이는 것이라 하겠다.
이 같은 수출의 호조와 미곡수확량의 5% 증가에 힘입어 올해 GNP성장은 7% 수준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입도 하반기에 계속 둔화되어 국제수지의 경상적자폭은 작년의 20억「달러」에서 19억「달러」이하로 개선될 전망이다.
이러한 고무적인 지표경향은 연초부터 꾸준히 추진되어온 견실한 통화정책운용의 소산이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통화운용기조가 계속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10월 동향에 나타난 산업생산·출하·재고정리의 증가속도는 경기회복의 시초라고 볼 수 있겠으나 외환사정이나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결코 소망스러운 추세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 2개월 동안 재정부문에서 양곡수매자금과 추경지출이 집중될 것이므로 통화증발을 크게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으며 아직도 해외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 있음을 감안하여 과잉수요의 창출은 가급적 피해야 할 것이다.
국내물가는 작년의 경우 해외원자재가격의 급등으로 교란되었으나 앞으로 석유류·전기·철근·비료 등의 주요상품가격을 현실화한다면 일단 새로운 물가체계의 형성작업은 끝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몇 가지 품목의 「코스트」인상요인을 제외한다면 앞으로의「인플레」는 주로 과잉지출에 따르는 수급불균형에 기인할 것으로 보여진다.
10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물가는 소비자물가가 연말 대비 25%(전년 동월 대비 29%), 도매물가가 연말 대비 17%(전년 동월 대비 27%)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빠른 증가속도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 이로 인하여 많은 문제가 유발될 위험이 있다. 특히 해외 각국의 물가가 연율 8%의 속도를 유지하고있는 반면 우리 나라는 연율 30%의 증가를 계속하게 된다면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고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저축여력 또한 잠식 받게 되는 애로를 발생시킬 것이다. 자주국방·서정쇄신·경제개발의 추진, 국민생활수준의 향상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원활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민저축의 획기적인 증대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바 안정된 바탕 위에서 계속적인 성장을 위한 「인플레」방지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한정된 재원 하에서 어느 부문 또는 어느 계층이 지출을 확대하게 되면 여타 부문의 지출이 그만큼 감소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경제개발사업을 줄이는 방법도 있겠으나 이 경우 국민소득은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가계소득을 줄이는 대신 소비지출을 줄여 저축을 늘린다면 확대균형성장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저축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세계적인 「에너지」파동을 현명하게 극복하여 왔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여건 하에 처해 있는 우리가 난국을 타개해 나갈 방법은 오로지 가장 합리적인 정책을 과감히 축행해 가는 저력 외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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