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예술로 거듭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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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 관계자들은 올림픽 종목 중 여름올림픽에선 체조가, 겨울올림픽에선 피겨 스케이팅이 가장 시청률이 높다고 말한다. 음악과 무용의 요소가 가미돼 단순한 운동경기를 넘어 예술적 감동을 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붙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태권도가 체조나 피겨처럼 '예술과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김운용)은 2006년 세계품세 대회를 개최키로 하고 현재 1차 공청회를 마친 상태다.

품세 대회의 경기는 크게 기본 품세와 창작 품세로 나뉜다. 기본 품세는 태극 1장부터 8장, 고려.금강.태백 등 총 17개 부문을 겨룬다. 연맹 오형열 사무차장은 "대회는 올해라도 열 수 있다.

3년이란 준비 기간은 기존 품세의 동작이 지역과 국가, 심지어는 도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공통된 교범을 만들어 통일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하이라이트는 창작 품세다. 개인부문뿐만 아니라 피겨 스케이팅의 페어와 같은 혼성 부문도 있고,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처럼 단체부문도 있다.

총 동작수는 50가지에서 60가지로, 시간은 2분 안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돌려차기.뒤돌아옆차기.두발당승차기(점프해 두발을 연이어 차는 것) 등의 필수동작은 6가지이며 나머지는 참가자가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

기계체조의 3단 돌기와 같은 고난도 기술에 무술적 측면이 혼합된 것 같은 새로운 동작도 나올 수 있다.

채점은 품세의 정확성.호흡.힘과 속도 등 기술적 측면(technical)과 동작의 아름다움.구성의 완성도 등 연출적 측면(presentation)으로 나뉜다.

용인대 양진방 교수는 "이달 초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대만 출신 린 화이민 감독의 '크라우드 게이트 댄스 시어터'란 공연도 결국은 중국 전통무술을 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쇼'적인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면 창작 품세는 태권도를 무술과 스포츠를 넘어 예술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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