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막혀 독일에 뺏긴 레고랜드 관광객 매년 100만명

중앙일보

입력 2014.03.19 02:03

업데이트 2014.03.19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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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정부, 모든 규제 원점 재검토 1998년 5월 확정된 ‘규제개혁 종합지침’은 규제 존폐를 원점(제로 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① 또 개혁의 우선 순위를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 국제 규범에 어긋나는 규제라고 명확히 정의했다. ② [자료 국가기록원]

#1. “올 게 온 거지.”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브라이언트 트릭 한국담당 부대표보가 환경부를 찾아온 사실이 18일 확인됐다. 자동차 업체에선 예상했던 일이란 반응이다. 트릭 부대표보는 소비자가 차를 살 때 최대 7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저탄소차협력금(탄소세)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로써 탄소세는 본격적으로 한·미 통상문제가 됐다.

융프라우 산중 호텔 … 한국선 꿈도 못꿔

 #2. “높은 곳에 있을수록 더 비싸죠.”

 지난 6일 스위스 인터라켄의 융프라우(3454m).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이곳엔 산 중턱까지 호텔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었다. 3∼4층으로 지은 아기자기한 목조 호텔은 눈 덮인 산의 일부분처럼 어우러졌다.

 그러나 국토의 70%가 산인 한국에는 이런 호텔은 꿈도 못 꾼다. 경사도(21도)에 따른 호텔 입지 규제 때문이다. ‘자연보호’라는 강박이 만든 결과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융프라우 등의 산악열차는 하루 1만 명 이상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고, 비즈니스의 전제가 아름다운 산이다 보니 자연도 더 잘 가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에선 야외에서 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야외식당’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 식중독 사고 등 위생문제가 생길까 봐 공무원들이 아예 봉쇄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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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앞두고 재계의 속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대통령이 매일 목청껏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관계부처는 우왕좌왕하고 있어서다. 규제개혁의 현주소이자, 과거 정부마다 되풀이된 일이다. 중앙대 조성한(행정학) 교수는 “성장동력을 찾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순기능을 할 수 있는 규제개혁 안건부터 우선적으로 찾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런 목표가 서면 우선적으로 없앨 규제가 명확해진다. 첫 번째가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다. 이런 규제를 그대로 두면 한국 기업과 경제만 뒤처지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관광산업이다. A사는 최근 신사업의 일환으로 중국·일본 관광객을 타깃으로 관광단지 개발계획을 세웠다가 접었다. 관광진흥법은 단계적인 개발이 아닌, 전체 부지에 대한 계획을 ‘원샷’으로 작성해 승인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런 식의 규제는 외국 기업의 발길을 돌리게 한다. 덴마크 레고그룹은 1996년 2억 달러를 들여 경기도 이천에 유럽형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를 세우기로 했으나 수도권 규제 때문에 투자를 포기했다. 2002년 독일에 세워진 레고랜드는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도 토지보상 문제로 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기업들이 가장 큰 애로를 호소하는 것은 ‘감정규제’다. 한양대 김태윤(행정학) 교수는 “사고나 문제가 터지면 면밀한 검토도 없이 국민정서에 편승한 법안과 규제가 쏟아진다”며 “특히 국회에선 이런 일이 경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한국 국회의원 법안 발의 건수는 선진국의 10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불산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화학물질 등록관리 규제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높인 게 대표적이다. 또 농민 보호라는 명분에 밀려 경쟁력 있는 농업 전문기업마저도 농촌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선 기름 도둑이 송유관을 뚫어 기름을 훔쳐내다 토양이 오염되더라도, ‘송유관 운영자’가 토양오염의 책임을 져야 하는 황당한 규제가 버젓이 남아 있다.

사고 나면 만들고 보는 감정규제도 문제

 때론 ‘법’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규제’라고 부를 수 없는 ‘홍길동 규제’도 재계가 우선 해결을 바라는 과제다. 구두지도·행정지도, 권고·지침 등이 이에 속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인허가 조건으로 과도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것 등이다. H사는 도심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총 사업비의 20%를 넘는 비용을 기부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또 보험법상 보험사의 지급여력 비율은 100%지만, 금융감독원은 200%를 권고하고 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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