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명 부패 조사 … 저우융캉 근거지 쓰촨성 사정 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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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 대륙 서남부의 쓰촨(四川)성에 사정(司正)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전직 당 부서기와 부성장 등 장·차관급 고위 관리들이 줄줄이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에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은 것 이외에도, 1만 명이 넘는 관료가 현지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쓰촨성 기율위가 지난 한 해 동안 입건한 부패 사건 등 기율위반 건수는 9938건에 이른다. 이는 2011년의 배가 넘는 수치다. 조사 대상 중에는 청장급 이상의 고위 관리 20명이 들어 있으며 하급 행정단위인 현장(縣長)급 중간 간부 246명이 포함됐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이후 중국 전역에서 부패와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특히 쓰촨성에 사정의 칼날이 집중된 모양새다. 이는 사법처리 임박설이 나도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정치적 근거지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저우 전 상무위원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쓰촨성 당 서기를 지냈고 이를 바탕으로 상무위원으로 발탁됐다.

 쓰촨성 사정 폭풍의 신호탄은 2012년 12월 리춘청(李春城) 쓰촨성 부서기에 대한 쌍개(雙開·당적 박탈과 공직면직) 처분이었다. 그 이후 궈융샹(郭永祥) 전 부성장, 리충시(李崇禧) 전 쓰촨성 정협주석 등이 조사를 받고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저우융캉이 국영석유기업 간부이던 시절부터 함께 일하던 비서 출신이다. 이들 거물급 간부들이 중앙당 차원의 조사를 받는 동안, 이들과 연루된 중간급 간부와 관료들이 쓰촨성 현지의 당국에 줄줄이 적발됐다.

 사정 폭풍은 공직사회에 이어 현지 재계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엔 쓰촨성에 대규모 투자를 한 저우융캉의 아들 저우빈(周彬)의 주변 인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달에는 저우빈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부동산·에너지 사업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정계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던 쓰촨성 암흑가의 우두머리 류한(劉漢)이 살인과 불법총기 소지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저우 일가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현지 기업인 우빙(吳兵)도 비슷한 시기에 체포됐다. 저우빈은 지난해 12월 사법 당국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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