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자금 블랙홀 '롱숏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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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해 펀드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롱숏펀드의 인기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양상은 좀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는 사실상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독주 체제였지만 올 들어 다른 운용사들도 신상품을 쏟아내며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시장이 바야흐로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18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롱숏펀드로는 올 들어 6600억원가량이 순유입됐다. 가장 눈에 띄는 펀드는 12일 설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스마트롱숏펀드’다. 사전 모집이 시작된 10일 이후 하루 2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오며 설정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선 이 같은 초반 인기몰이를 ‘스타 매니저’ 효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은 최근 트러스톤운용의 김주형 본부장을 영입했다. 그는 ‘다이나믹코리아’ 펀드를 이끌며 롱숏펀드의 대표주자로 키웠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마이다스운용도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설정된 ‘거북이90’ 펀드로 연초 이후 3246억원이 순유입되면서 설정액이 5000억원 선을 넘어섰다. 다이나믹코리아50(9146억원)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KB자산운용의 ‘코리아롱숏’과 대신자산운용의 ‘멀티롱숏’도 설정액 100억원 선을 넘어서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처럼 롱숏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건 주가 지수가 좀처럼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롱숏펀드는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시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덜 받는다.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을 사고(long),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 종목을 공매도로 미리 팔아(short) 초과 수익을 노린다. 여기에 채권을 적절히 섞어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그렇다고 수익률이 증시 흐름과 별개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롱숏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0.16%)다. ‘대신멀티롱숏’(7.61%), ‘미래에셋인덱스헤지’(6.49%) 정도가 수익률에서 두각을 보였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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