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온라인] 디카 장난 '투명 모니터 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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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모니터가 개발됐다? 최근 인터넷에서 '투명 모니터''투명 바탕화면''투명 배경화면' 등의 이름으로 화제가 된 사진들이 언뜻 들게하는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디카족 고유의 교묘한 눈속임이다. 컴퓨터 배경화면 속의 배경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뒤 이를 배경화면으로 깔아놓아 마치 모니터가 투명하게 보이도록 연출한 것이다. 하지만 솜씨가 정교해 설명을 듣지 않고 사진만 보면 깜박 속기 십상이다. 한 노트북 관련 카페에는 "투명 LCD군요. 정말 현실이 영화화 돼 가는 것 같아요" "맞은편에서 볼 수도 있는 건가요? 그럼 회사에서 몰래 채팅하면서 노는 것은 끝이겠군요" "우와 비싸겠다" 같은 반응이 올라왔을 정도다.

본래 해외의 매킨토시 사용자 사이트(www.macbidouille.com)에서 시작된 이 기발한 장난을 국내 네티즌들이 외면할 리 없다. 삽시간에 사진이 퍼지면서 따라하기는 물론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영상까지 나왔다. 카메라를 컴퓨터 화면에 실시간으로 연결해 '투명효과'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것이다.

개발 가능성에 대한 논쟁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문제의 사진들이 소개된 한 사이트의 댓글을 보자. "LCD 모니터의 백라이트 부분을 뺀 것 같은데" "진짜 아닌가요. 제 계산기도 화면이 투명해요. 유리 안에 글자가 나타나고" "액정 뒷부분의 백라이트 부분을 제거하면 가능하죠. 실제로 자작프로젝터를 만드는 분들은 LCD를 저런 식으로 만든 뒤 빛을 투과시켜 영사시키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유기 EL이라면 가능한 것이거늘" "내 방에 있는 전자시계도 바탕이 투명한데, 저것도 진짜 아닐까" "유기 EL 디스플레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죠. 자동차 앞 유리판에 부착, GPS 상태를 표시해주는 디스플레이는 종이처럼 둘둘 마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네티즌들의 이런 추론은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국내 관련업계에 물어봤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우선 현재 노트북에 널리 쓰는 TFT LCD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통된 답변이었다. 네티즌들의 지적대로 TFT LCD는 화면에 빛을 내기 위한 백라이트 장치가 필수적인데, 이 방식으로는 투명하게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탁상시계.전자계산기의 투명한 액정을 예로 든 네티즌들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TN LCD로 불리는 이 방식은 "현재 한 가지 색상, 즉 흑백밖에 구현이 안된다"는 것이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남은 가능성은 네티즌들이 '유기 EL'이라고 표현한 OLED다. 휴대전화 창 등에 쓰이는 OLED는 TFT LCD와 달리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물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 발광소자를 투명 또는 반투명으로 만들 경우 이론적으로는 투명 모니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개발된 바 없다. 효용성의 문제도 있다. LG필립스LCD 관계자는 "모니터에 뜨는 화면과 컴퓨터 배경이 동시에 보이는 것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누가 알까. 소설.영화가 도맡아온 미래 기술에 대한 상상을 이제 디카족들의 장난이 대신하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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