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 변천사 알려준 구결 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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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년 전 국내에서『동국정운』이 발견된 이래 국어학계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는 고려시대 구결 문이 발견되었다.
이 같은 사실은 오는 30일 발표될 심재기 교수(국어학·서울대)의 논문「구역인왕경에 보이는 고려 구결 문에 대한 소고』에서 밝혀졌다.
심 교수에 의하면 이 구결 문은 충남 서산군 운산면 문수사 금동여래좌상의 복장 품 중에서 나온 불경 구역인왕경 중 5장(2, 3, 11, 14, 15면)으로 강인구씨(전 부여박물관장)가 73년 가을에 발견했으나 최근 차 교수에 의해 70년 가량 해독된 것이다.
이제까지 해독의 기록으로만 그 존재가 알려졌지만 실증자료로는 처음 발간된 이 구결 문은 고려대장경과 비슷한 목판본으로 1행17자 25행의 원문 좌우에 붓으로 쓴 구결이 남아 있다.
이제까지 학계는 구결을「토」나 현토 정도로 해석하고 종 어미나 활용어미 정도로 그 쓰임새를 알고 있었으나 이번 자료로 한문으로 씌어진 전 문장을 해석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심 교수는 이번 자료의 발굴로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오던 고려시대 우리 말의 모습을 알 수 있고「하더기이다」(고려)「하더닝이다」(이조)→「하더이다」(이조후기) 등으로 말의 변천사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유의 구결 문이 발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 심 교수는 향가집인『삼대목』만 발견되면 신라·고려·이조의 우리 말 모습을 거의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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