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나 성형했다, 어쩔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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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추구는 여성의 원초적 본능. 이에 발맞춰 '심미 성형'도 보다 쉽고 빠르고 편하게 진화 중이다. 깎고 다듬고 덧붙이는 작업은 옛말. 메스나 톱 없이 주사기와 레이저로 '한 방'에 끝낸다.

은은한 재즈의 선율, 붉은 양탄자와 푹신한 소파, 어둡지도 환하지도 않은 조명에 갈색 톤의 인테리어까지. 어리둥절해 잠시 주춤거리자 초록색 가운을 입은 아가씨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그러곤 무릎을 꿇고 메뉴판을 펼친다. "잠시 기다리시는 동안 차 한 잔 하시겠어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L성형외과의 풍경이다. 마치 최고급 카페에 온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 한쪽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수다를 떨고 있다. 그 중 한 명이 간호사를 따라 진료실에 들어간다. 채 10분이나 지났을까. 그 여성은 "다 끝났어, 어때 티 나니"라며 자리로 돌아왔다.

"어쩜, 감쪽같네. 얘, 무슨 마술 같다. 코 끝은 도톰해지고 자국은 전혀 없고. 만져봐도 돼?"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촌스럽게. 봐봐, 코도 올라가지. 누가 성형한 줄 알겠어."

이 여성이 고친 건 코다. 칼을 대지 않고 주사 한 방으로 해결했다. 자신의 허벅지에서 뺀 지방을 코 끝에 주사로 이식하는 방식이다. 가격은 20만원대. 그녀는 "처음 지방 흡입을 할 때는 좀 귀찮고 돈도 많이 들어가지만, 일단 지방만 냉장고에 저장해 놓으면 아무 때나 간편하게 성형할 수 있죠. 지난달엔 이마도 고쳤어요"라고 말했다. 이런 시술은 붓기나 멍자국도 없이 '초스피드'로 성형할 수 있다고 해 이른바 '퀵 성형'이라 불린다.

간편해서일까. 특정 연예인이나 일부 여성에게만 국한됐던 '성형 열풍'은 이제 우리 사회 전체에 휘몰아치고 있다. 나이는 뛰어넘은 지 오래, 남녀를 가리지도 않는다.

이런 사실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week&이 결혼정보회사 듀오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0, 30대 미혼 여성 중 무려 42%가 성형을 했다고 답했다. 성형을 받지 않은 여성 가운데서도 "하고 싶다"고 대답한 여성이 절반을 넘었다.'한국 젊은 여성 중 절반이 성형 미인'이라고 보도한 해외 언론의 비아냥이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눈을 흘기거나 비웃을 이유는 없다. 성형을 영구화장쯤으로 간주하는 세상이다. 매일 덧칠, 보정에 들이는 시간, 노력과 용품 값을 절약하는 지혜란 말인가. 겉모습이 기회와 직결되는 피상적인 시대에서 '외모 지상주의' 운운하는 지탄은 공허하게만 들린다. 2005년 한국은 이렇게 '성형 공화국'으로 변신 중이다.

글=최민우.남궁욱 기자<minw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디자인=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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