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먹고 5~6 시간 뒤 급성 복통 생기면 고래회충 의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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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기생충 알 파동(2005년 11월) 이후 대중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기생충이 최근 3m짜리 ‘광절’(광절열두조충)이로 인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13세 소년의 항문에서 나온 ‘광절’이는 길이가 3.5m였으나 나오다 끊겨 실제론 더 길 것으로 추정됐다.

지금의 부모 세대는 기생충 충란 검사를 위해 직접 채변한 경험이 있다. 회충·구충(십이지장충)같이 식물성 식품을 통해 옮겨지는 기생충(토양 매개성 선충)이 흔했기 때문이다. 연간 두 번씩 온 가족이 알벤다졸 성분의 구충제를 복용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러나 분변을 이용한 퇴비 사용이 줄면서 토양 매개성 선충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신 ‘간디(간디스토마)’ ‘요코(요코가와흡충)’ ‘광절’ ‘톡소(톡소포자충)’ 등 생선·육류 등 동물성 식품을 매개로 한 기생충 발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간디’다. 서울대 의대 채종일(기생충학) 교수는 최근 한국식품기자포럼에서 “간디스토마의 유충이 발견되는 생선(중간 숙주)은 참붕어·잉어·붕어·빙어·돌고기 등이며, 1㎝ 크기의 성충(成蟲)은 담도에 기생해 담도염·황달·복수염 등을 일으키고 여기에 발암성 음식물이 더해지면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래(고래회충)’는 생선회 중 주로 내장을 섭취한 뒤 감염된다. 회를 먹은 지 5∼6시간 뒤 급성 복통이 생겨 병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채 교수팀이 고래회충 환자 274명의 거주지를 조사한 결과 제주(166명, 67%)·부산(38명, 15%)·포항(18명)·서울(9명) 순이었다. 이들이 섭취한 수산물은 붕장어(60명, 24%)·방어(42명, 17%)·조기(39명)·오징어(26명)·바닷장어(21명) 순이었다. 복통·근육통·근육 이상 등을 일으키는 선모충에 감염된 환자는 2000년 이후 지금까지 35명(집단 발생 6건). 이 중 4건은 멧돼지, 나머지 2건은 각각 오소리·자라를 먹은 사람에게서 발견됐다.

심한 몸살·망막염·뇌염·폐렴 등을 유발하는 ‘톡소’는 설익은 돼지고기나 닭고기 섭취, 고양이 분변 접촉 등을 통해 감염된다. 채 교수팀이 질병관리본부의 의뢰를 받아 최근 국내 길고양이 300마리의 분변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4마리(4.3%)가 ‘톡소’에 감염된 상태였다.

소화불량·설사 등을 일으키는 ‘광절’이의 중간 숙주는 연어·숭어·농어·송어 순이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용주 교수는 “중간 숙주를 회로 즐기면 감염될 수 있다”며 “냉동 살균처리되지 않은 활어 회나 생선요리를 즐겨 먹는 사람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엔 지난주에도 ‘광절’이를 가진 환자 3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30㎝쯤인 ‘광절’이의 일부를 가져왔다.

참굴이 매개하는 ‘참굴(참굴큰입흡충)’이도 있다. 유행지는 전남 신안군 일대 도서지방이다. 소화불량·장염이 주 증상인 ‘참굴’이는 자연산 참굴에만 존재하고 양식 굴엔 없는 것이 특징이다.

구충제는 다 자란 기생충(성충)을 죽이는 약이다.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는 약은 아니다. 따라서 분변검사를 통해 기생충 감염을 확인한 뒤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회충·구충·편충 등 토양 매개성 선충은 성분명이 알벤다졸·플루벤다졸 등인 구충제로 간단히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이 약으로 ‘간디’ 등 흡충이나 ‘광절’이 등 조충(촌충)을 제거할 순 없다. 프라지콴텔이란 구충제를 연 1∼2회 복용하면 흡충과 조충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지만 이 약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약이다. 스파르가눔(뱀)이나 고래회충은 약도 없다.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