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간 감시단 파견에 잡음-중동평화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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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가조인을 앞둔 제2단계 「시나이」철군 협정은 「이스라엘」과 「이집트」사이의 새 완충지대에 2백명의 미국 민간인 감시요원을 배치하는 문제로 약간의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안보와 직결되지 않는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적극 개입치 않으려는 미 의회의 일각에서는 「시나이」의 미국인 주둔이 소수의 군사고문단 파견으로 시작된 미국의 월남 전 개입같이 또 다시 미국을 끌어들이지 않을까 해서 반기를 들고있다.
「키신저」장관이 주도한 「시나이」협상에서 처음 미국 민간인의 주둔 문제가 등장한 것은 「이스라엘」과 「이집트」간의 불신을 씻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주둔하기로 된 것은 이미 「유엔」의 평화유지군이 있는데다 그 임무도 양측의 도발을 무력으로 제지하는 것이 아니라 조기 경보만하는 것이므로 민간인 기술자가 더 적격이었던 것이다.
또 「이스라엘」과 「이집트」도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미국인이 주둔하는 것을 믿음직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미 행정부도 월남전 이후 전쟁 수행권 법안으로 군인의 해외파견이 의회의 엄격한 규제아래 있기 때문이다.
미 의회에서 우려하는 것은 민간인이 주둔하더라도 만약 중동전이 다시 일어난다면 민간인들이 인질로 잡힐 테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미군을 출동시킨다면 어차피 개입이 불가피해진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마이크·맨스필드」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를 비롯해서 「스튜어드·사이밍턴」·「헨리·잭슨」의원 등 주로 진보파에 속하는 중진들이다.
한편 지금까지 미국의 중동 평화협상에 침묵을 지키고 있던 소련도 미국인의 「시나이」배치는 중동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련의 비난은 미국인의 주둔으로 비롯될 미국 세력의 지나친 개입에 대한 경계심을 반영할 뿐 중동문제 해결 자체에 대한 반발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소련은 지난7월30일의 「헬싱키」선언에 이어 중동사태의 안정이 이루어지면 그들이 늘 숙원 해온 「아시아」에서의 집중활동의 여유를 얻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중동 협상결과로 소련이 「아시아」집단 안보회의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곧 멀리 떨어진 중동에서의 긴장 완화가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에도 보다 강렬한 소련의 입김이 미치게 될 것임을 뜻하게 된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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