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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중앙음악콩쿠르 영광의 얼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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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내 최고 권위의 클래식 등용문 제40회 중앙음악콩쿠르가 12일 막을 내렸다. 올 경연대회에는 모두 443명이 도전해 7개 부문에서 18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음악계를 이끌고 나갈 영광의 얼굴을 만났다.


첼로 김민지

자제하며 아우르는 미덕
정명화 선생님께 배웠죠

김민지(19)씨는 어린 나이에도 같이 경선했던 동료들을 챙기는 의젓함을 보였다. 예년보다 좋은 경쟁자가 많아 자신이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즐거워했다. 바이올린이 다른 모든 소리를 뚫고 나오는 개성을 지녔다면 첼로는 자제하며 아우르는 은근함을 지녀 좋다는 것이다.

 “정명화 선생님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배웠는데 조화를 가르쳐주셨죠. 양손의 어우러짐, 한 손에 치우치지 않는 두 손의 절충이 중요한 첼로를 닮아 성숙해져야 함을 강조하셨어요.”

 서울대 음대 13학번인 김씨는 스위스 바젤 음대에 유학 가려 휴학하고 준비중이다. 2012년 체코 ‘프라하의봄 국제 콩쿠르’ 특별상에 이어 지난해 일본 ‘카사도 국제콩쿠르’ 2위 및 청중상을 받았다. 자클린 뒤프레의 연주를 사랑하는 이답게 엘가의 첼로 협주곡으로 우승했다.

클라리넷 박진오

팔색조 같은 악기 매력적
인간 감정 가장 잘 끌어내

박진오(25)씨의 클라리넷 예찬론은 단순명쾌했다. “많은 관악기 중 사람 입 속 가장 깊숙이 들어가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끌어내기에 경탄스럽죠.”

 초등학교 4학년 때 리코더를 부는 그의 솜씨를 지켜보던 담임 교사 격려 덕에 클라리넷을 시작한 뒤 이 멋진 악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어 15년을 보냈다. 연세대에 재학중이던 지난해 파리국립음악원 입학을 목표로 프랑스에 건너가 용을 썼지만 워낙 바늘 구멍이라 귀국한 뒤 콩쿠르에 도전했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해 파리로 건너가 재도전한다.

 “클라리넷은 팔색조 같은 악기죠. 음역대가 가장 넓고 낼 수 있는 음 색깔이 무궁무진해요. 재미없다 싶을 만큼 딱딱하고 건조하게 연주하지만 알고 보면 감정은 더 격렬하게 전달해 청중을 홀리게 하는 무덤덤한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작곡 강한뫼

지휘자 오랫동안 동경
작곡, 꿈을 이루는 과정

강한뫼(23)씨를 음악으로 이끈 힘은 지휘자에 대한 동경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휘봉을 흔드는 멋진 인물들에게 묘하게 끌렸다.

 “지금도 궁극적으로는 지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합니다. 작곡은 거기에 이르기까지 음악 전반을 이해하고 탄탄한 기초를 쌓는 과정이죠.”

 강씨는 윤이상 선생과 아르헨티나 출신의 히나스테라가 작곡한 음악을 즐겨듣는다. 사람들이 공감하는 곡을 사랑한다. 우승곡인 ‘플루트, 오보에, 비올라 그리고 더블 베이스를 위한 살풀이’는 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11분짜리 실내악곡이다.

 “연주자들 솜씨가 워낙 좋았어요. 영남대 동기들은 제 가곡을 즐겨 불러주곤 했는데 이젠 실내악도 부탁할까 싶어요.”

 이름에 들어있는 ‘뫼’의 인연일까. 그는 가곡에 산과 자연이 들어있는 가사를 즐겨 쓴다며 “산 같은 음악을 짓고 싶다”고 했다.

피아노 박연민
난해한 진은숙 곡 선택
“저를 잘 표현할 수 있어요”

박연민(24)씨는 결선에서 한국 작곡가 중 진은숙 씨의 ‘피아노 연습곡 5번 토카타’를 골랐다. 기성 연주자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난해한 진씨의 곡을 선뜻 고른 뚝심이 신기해 물었더니 대답은 산뜻했다.

 “제일 좋아하는 곡을 골랐어요. 제가 지닌 걸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

 여덟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지만 평생 업으로 마음에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는 말끝에 박씨는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털어놨다. 서울대 음대에서 지도를 받으며 대학원에 진학하기까지 자신을 딸처럼 지켜봐 준 이스라엘 출신의 아비람 라이케르트 교수다.

 “음악을 제대로 좋아하는 법,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모든 것을 가르쳐주신 분이죠. 일찌감치 성숙한 연주자들에 비해 전 늦둥이라 할 수 있는데 천천히 즐기며 가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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