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失言' 경고로 끝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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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워치콘 파문'으로 논란이 된 송경희(宋敬熙) 청와대 대변인의 거취 문제에 대해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은 24일 오후 "(宋대변인에게)상당한 수준의 경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실에서 열린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에서다. 발언 때 宋대변인은 文실장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文실장은 옆에 앉은 宋대변인을 '그분'으로 지칭하며 "그분이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文실장은 "지난 정부의 박지원(朴智元) 대변인처럼 전체를 다 아는 사람이 브리핑하던 때와 세상이 달라졌다"며 "지금은 대변인이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릴리스(전달) 기능만 한다. 덮어놓고 대변인을 교체하면 제도를 그렇게 만든 우리가 욕을 먹어야지 결혼 한달도 안됐는데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文실장은 "제도적으로 보완해 실행을 해보겠다. 그러나 교체를 당장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일단 '자질'문제가 아니라 새 홍보.브리핑 시스템 운용의 문제로 넘어가기로 한 듯하다.

취임 한달 만에 대변인을 경질하면 홍보수석실 조직과 뉴스브리핑 시스템 자체가 흔들린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 같다.

라종일(羅鍾一)국가안보보좌관 등 수석.보좌관들이 브리핑장에 나와 보충설명을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해성(李海成)홍보수석은 文실장 간담회 직후 별도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李수석은 대변인 발표나 문답 과정에서의 실수를 막기 위해 홍보수석실에서 충분히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수석 또는 보좌관실을 상대로 업무 내용을 파악하기도 하고, 수석.보좌관들이 그때그때 브리핑 장소에 내려오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李수석은 "기자들이 다소 감정적인 대응도 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과거정부보다 훨씬 많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 "브리핑 양이 적은 게 문제가 아니라 대변인의 틀린 발언이 문제됐던 것 아니냐"는 기자들과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단 재신임을 받은 宋대변인은 이날 정상적으로 수석.보좌관회의 등에 참석했고, 오전 브리핑을 했다. 宋대변인은 평균 20~30분씩 진행하던 브리핑을 약 11분 만에 끝냈다.

이후 추가 브리핑 자리에선 기자들에게 "자꾸 대변인에게 돌 던지지 마세요"라고 했다. 그는 "새로 바뀐 브리핑 시스템에서 대변인의 변화된 역할과 (기자들의) 기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 잘못한 것이 있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文실장은 "나중에도 잘못되면 '그 분' 스스로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교체론이 재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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