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충돌 사고 난 삼성동 아이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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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6일 헬기가 충돌해 삼성동 아이파크 102동 23~26층 일부 세대의 창문이 깨지고 외벽이 부서졌다(왼쪽). 오른쪽 사진 속 붉은 색 네모칸 안은 사고 발생 세 달여가 지난 이달 6일 현장 모습. 부서진 외벽엔 주변과 다른 색 마감재가 붙어 있고 유리창은 투명한 플라스틱판(폴리카보네이트 3mm)이 끼어 있는 등 임시로 복구 돼 있는 상태다. [김경록 기자]

헬기 충돌 사고가 났던 삼성동 아이파크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당시 직접 피해를 본 후 호텔로 거처를 옮긴 주민은 돌아왔을까.

 최근 이런 궁금증을 안고 삼성동 아이파크에 갔다. 사고를 당한 102동 23~26층은 아직 완벽히 복구된 상태가 아니었다. 충돌로 부서졌던 외벽은 주변과 다른 색 마감재가 붙어 있었고, 유리창이 있어야 할 베란다 창 자리 등엔 임시로 투명한 플라스틱판(폴리카보네이트 3mm)이 끼워져 있었다. 말끔하게 정리된 건 헬기가 추락했던 아파트 화단 정도였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아파트값 비싼 강남구 안에서도 비싸기로 소문난 고가(高價) 아파트 단지다. 449세대 3개 동으로 대단지는 아니지만 아파트 전체가 공급면적 183(56평)~350(106평)㎡로 큰 평형대다. 중간 크기인 247㎡(73평)의 매매 호가가 32억~45억원대에 이른다.

 평소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지만 지난해 11월 16일엔 그럴 수 없었다. 안개가 심한 토요일 오전 LG전자 소속 헬기가 102동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당시 헬기와 직접 충돌한 층은 23~26층. 이 동은 각 층마다 평수가 다른 4세대가 있는데, 층별로 1세대가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또 충격 여파로 같은 동 21~27층 창문이 깨지고 외벽 일부가 부서졌다. 직접 피해를 본 4세대를 포함해 총 8세대 주민 30여 명은 당시 LG전자가 마련한 거처에서 생활했다.

 당시 도심 한가운데 있는 아파트촌에 헬기가 충돌했다는 극적인 사실 외에도 사고 장소가 지닌 상징성, 즉 강남의 부촌(富村)이라는 점 때문에 세인의 관심을 더 받았다. LG전자가 피해주민을 위해 마련한 거처가 인근 특급호텔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피해를 당했다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에 자기 돈 안들이고 집 리모델링을 거하게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편에서는 거꾸로 충돌로 인해 건물 안전도에 문제가 생겨 집값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아이파크입주자대표회장은 “직접 충돌한 집중 피해세대(23~26층) 4세대 중 2세대는 집으로 돌아왔고 나머지는 아직 바깥 숙소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부 숙소비용은 LG전자 측이 계속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해당 주민들이 “명확한 피해보상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리모델링부터 할 수 없다”라고 주장해 미뤄진 상태다.

 대학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구조안전성조사연구팀은 지난달 20일 “(건물 구조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안전진단 결과를 내놨다. 팀 책임자인 이원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층과 층 사이 바닥판(slab)에 일부 균열이 있긴 하지만 폭이 0.3mm 미만으로 심각한 균열은 아니다”며 “보수만 한다면 앞으로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아이파크 주민 대부분은 아파트 가격을 걱정한다. 충돌 사고 후 위험한 아파트로 낙인 찍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다. 그러나 실제 가격 변화는 없었다.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진) 사고 이후 아파트 가격에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자료에서도 사고 전·후 시세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일부에선 “지난해 10월 이후 아예 매매가 없었기 때문에 가격변동이 없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LG전자와 주민 사이에 피해 보상을 놓고 협의가 진행 중이다. 입주자대표회장은 “피해자 보상 문제를 놓고 의견이 좁혀지질 않아 사고 발생 두 달여가 지나서야 안전진단을 겨우 했을 정도”라며 “금방 마무리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양측의 견해 차가 가장 심한 부분은 피해 세대의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 주민들의 ‘정신적 위로금’ 문제다.

 아이파크 주민들은 “충돌을 겪은 세대뿐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모두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입주자대표회장은 “사고 후 경기를 일으키는 어린이를 포함해 정신 치료를 받고 있는 주민이 20여 명”이라고 말했다. 주민 최모씨는 “사고 며칠 후 밤에 가족이 사고지역 근처에 설치한 와이어에 걸려 넘어져 무릎과 치아가 부러졌다”며 “정신적 고통은 물론 이런 사고 관련 신체적 불편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주민의 병원 치료비 지원과 물질적 피해 보상 등 복구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정신적 위로금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글=조한대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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