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부분 수정만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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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선중 법제처장은 환일『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을 국회재의에 붙이는 이유는 이 법안의 전부를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국회법 제1백21조와 상충되는 이 법안의 7조2항을 수정해 주도록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을 공포키로 의결했다는 국무회의 대변인의 발표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15일의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의 공포안을 상정, 논의한 것은 사실이나 보류시켰던 것』이라고 밝혔다.

<해설>원안확정 또는 문제 조항 수정 보류 등 처리 방안은 세가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안」이 환부되면 국회는 3개 처리 방안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이를 재의에 붙여 출석의원 3분의 2찬성으로 원안대로 법안을 확정하는 방안, 문제의 조항만을 수정하는 방안, 재의에 붙이지 않고 잠기간 보류함으로써 사실상 폐기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여당이 「3분의 2찬성」으로 법안을 확정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이를 정부는 거부권 행사에 앞서 여당 간부들과 충분한 협의를 했으며 거부권의 행사 이유가 「증언·감정법」중 일부 조항이 모법인 국회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므로 이론상 문제 조항을 수정만 하면 된다.
그러나 여당측에서는 당초 제안자였던 야당에 명확한 수정 약속을 안하고 있다.
그렇다고 여당이 거부권을 핑계로 이 법안을 아예 폐기시킬는지는 아직 방향이 서 있지 않은 것 같다.
거부권 행사를 결정하기에 앞서 정부·여당협의 과정에서는 『여당이 절대 의석을 갖고 있는 만큼 「증언·감정법」중 국회법과 상충되는 부분을 적용하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런 견해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거부권 행사로 낙착된 것은 정부·여당 안에 이 법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음을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정부와 여당 간부 중에서는 「증언·감정법」이 발효될 경우 국가의 기밀 유지가 어려울 것을 문젯점으로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5·16후 국회 재의에 붙여진 3개 법안은 모두 심의보류 되었다가 자동 폐기됐다.
여하튼 여야 협상을 거쳐 국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안에 문젯점이 생겼다는 것은 입법 과정의 「졸속」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조남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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