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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막 올리는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주역 유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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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6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연습실에서 만난 배우 유준상. 심한 감기에 걸려 방금 주사를 맞고 왔다는데도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반쪽의 몸은 괴물로 변해버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피조물을 상징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5월 11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첫 대본 리딩 때부터 눈물이 쏟아졌어요. 1년에 울 양을 한 번 연습 때마다 웁니다. 무엇을 더 얻기 위해 이렇게 욕심을 부리며 살고 있나, 자책의 눈물이죠.”

 11일 개막하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을 맡은 배우 유준상(45)은 눈물 이야기부터 꺼냈다. “울면서도 끝까지 노래 부르는 연습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연기하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생명 창조 실험을 성공시킨 천재 과학자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이 괴물이 돼 그에게 복수를 선언한다.

 “연기하면서 여러 생각이 겹쳐 듭니다. 부질없는 이기심·욕망에 빠져 내 옆에 있는 소중하고 큰 행복을 얼마나 많이 놓치고 사는지, 신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또 결국 ‘혼자’인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등을 절절히 깨닫고 있어요.”

 그는 “고통스럽고 벗어나고 싶은 감정이지만, 인간 내면 깊은 본질을 맞닥뜨렸다는 데서 얻는 성취감이 크다”고 말했다. ‘프랑켄슈타인’은 서울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 기념작으로 총제작비 40억 원을 들여 만든 창작뮤지컬이다. 왕용범 연출가가 대본을 썼고, 류정한·이건명·박은태·한지상 등이 캐스팅됐다. ‘프랑켄슈타인’에선 모든 배우가 1인2역을 한다. 유준상은 프랑켄슈타인 역과 함께 냉혹하고 탐욕스런 격투장 주인 자크 역을 맡았다. 그는 “인물이 바뀌어도 여전히 마찬가지인 인간의 욕심·이기심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유준상은 어려서부터 피아노·기타 치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음악 소년’이었다. 윤복희의 ‘피터팬’을 보고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웠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95년 연극 ‘여자의 적들’로 데뷔한 그는 98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삼총사’ ‘그날들’ 등 10여 편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우리나라의 뮤지컬 성장사와 함께해왔다는 자부심이 제법 강하다. 그리고 이젠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가 굳다.

 “성악 전공한 뮤지컬 배우들이 많아졌어요. 단순히 음악 좋아하는 배우로는 경쟁력이 없어요.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십상이죠.”

 그는 2008년부터 전문 보컬 강사에게 매주 한차례 노래 레슨을 받고 있다. 레슨받은 내용을 녹음해 두고 매일 반복해 들으며 발성연습을 하는 것도 그의 일과다.

 “지난해 ‘제7회 더 뮤지컬어워즈’ 사회자로 시상식장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내가 최연장자더라고요. 더 오랫동안 잘 버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그의 ‘생존’ 걱정은 줄곧 진지했지만, 실은 엄살이고 기우다. 연기력·가창력뿐 아니라 인기 탤런트로서의 티켓파워까지 갖춰 늘 ‘캐스팅 1순위’로 꼽히는 뮤지컬 배우. 그게 그의 현실이다.

 “해석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없는 작품은 안 합니다. 라이선스 뮤지컬 중에는 오리지널 제작사가 ‘오른쪽으로 다섯 발자국 움직이라’는 식의 지시까지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배우가 부속품처럼 취급받는 작품엔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2009년 뮤지컬 ‘삼총사’를 하며 만난 왕용범 연출가와 ‘잭더리퍼’에 이어 ‘프랑켄슈타인’까지 함께 작업하는 이유는 “내가 연기할 여지를 많이 만들어주는 감독”이어서다. 창작의 자유를 강조하는 그에게 ‘프랑켄슈타인’은 창작뮤지컬이라서 더 애착이 간다. 그는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재미있다”며 “내 안에 있는 모든 걸 끄집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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