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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독서경향이 바뀌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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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대학생들의 독서경향이 바뀌어 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의 것」보다는 번역물 등 외국서적에 집착하던 대학생들이 최근엔 한국에 관한 책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대학가의 서점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성대·연대·고대·이화여대 등 시내 5개 대학 주변의 서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요즘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책은(학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음) ⓛ『전환시대의 논리』(이영희) ②『한국사상사』(박종홍) ③『한국인』(윤태림) ④『생의 한가운데』(루이제·린저) ⑤『한국의 사상』(최창규) ⑥『사서삼경』 ⑦『한국인의 신화』(이어령) ⑧『한국의 지혜』(김덕형) ⑨『민족지성의 탐구』(송건호) ⑩『한국의 민담』(임동권)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뒤를 이어 『신동엽전집』 『목민심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안톤·슈낙) 『잃어버린 얼굴』(프랑솨·사강) 『에밀』(루소) 『지성과 사랑』(헤르만·헤세) 등이 잘 팔리는 책들.
「베스트」 10 가운데 우리의 고전이나 한국에 관한 것이 7, 평론집이 2, 번역물은 고작 한권에 지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국내외의 한국학에 대한 「붐」과 이제까지 서구사상 중심의 교육에 대한 국내 교육계의 반성에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한편 대학생들 스스로가 학문을 하는 과정에서 의국의 사조를 서슴없이 받아들이기에 앞서 우리의 것을 보다 깊이 탐구하려는 진지한 태도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정리 상태에 있던 한국사상이 박종홍씨와 최창규씨에 의해 처음으로 체계화 되어 나온 『한국사상사』와 『한국의 사상』이 문고판이긴 하지만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들어있음은 이러한 학생들의 탐구정신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특히 전에는 별로 찾지 않았던 『사서삼경』이 「베스트셀러」에 들어갈 정도며 몇 년 전에 발행된 『한국인』이 다시금 대학가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또한 『전환시대의 논리』나 『민족지성의 탐구』 등이 최상위권 등에 들어있는 것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대학생들의 고민을 나타내 주고 있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한문화가 다른 문화권에 수용되는 과정이 반동-심취-각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최근 대학생들의 우리의 것에 대한 심구경향은 새롭고 안정된 가치관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에게 소망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서울대 정한모 교수(인문대 사회계)는 『대학생들의 독서경향은 학문의 방향이다. 자기 것에 대한 탐구 이후에 선진학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가치관 형성이나 사고방향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방법론이나 지식은 받아들여야겠지만 우리의 참 모습을 찾아보려는 이러한 학생들의 독서경향은 바람직스럽다』고 평가했다.
서울대=구내서점, 연세대=연세서림, 고대=석탑서림, 성대=동명서점, 이대=이화서점 <박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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