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남이 쓴 유일한 소설 『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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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원로 국문학자인 도남 조윤제 박사(72)가 30년 전에 썼던 유일한 단편소설이 서지학자인 하동호씨에 의해 발굴돼 월간 『시문학』7월호에 공개됐다. 50여년 동안 오직 국문학 연구에만 몸바쳐온 조 박사가 비록 짤막한 단편이지만 소설을 썼었다는 사실은 이제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일.
『쥐』라는 제목의 이 단편소설은 해방 이듬해인 46년12월 당시 조 박사가 재직하던 성균관대학교 학생회가 발간한 교지 『성균』창간호에 실렸는데 『그저 한번 써본 것일 뿐』이라는 본인의 이야기와는 달리 하씨는 『국문학 연구와 함께 본격적으로 소설도 쓰기 위한 시도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일가족이 쥐의 소동에 시달린 나머지 쥐잡기에 나서 마침내 쥐를 잡는데 성공하지만 쥐의 죽음을 앞에 놓고 가족의 기분은 침울했다…는 이야기인데 뚜렷한 「스토리」의 전개는 없으나 국문학자답게 언어의 구사가 세련되고 능숙한 느낌을 준다. 가령 <몸이 솗아><침분한 일이다><여축없다><바재고 있다><뽈뽈뽈 다닌다>등의 표현은 소설의 표현으로서는 다소 생경하지만 순수한 우리말로 매우 친근감을 준다는 것.
첫 소설을 내놓고 왜 소설 쓰는 일은 그만두었는지 본인도 입을 다물고 있지만 『계속 소설을 썼을 경우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씨는 아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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