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 위협으로 등장한 북한의 신형 방사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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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지난달 21일 이래 동해에서 방사포(다연장로켓)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네 차례에 걸쳐 15발 발사했다. 첫 발사 때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됐고, 그 사흘 후부턴 키 리졸브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5일 국회에서 “키 리졸브 훈련 중에 의도적인 긴장을 조성하는 무력 시위성 도발”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단기간에 여러 종류의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 발사체의 사거리가 50~500㎞인 점에 미뤄 남한 전역을 위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북한의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과 더불어 “추가적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물샐틈없는 감시·대비 태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 발사체 가운데 우리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방사포다. 미사일은 정밀 타격이 가능하지만 발사 징후가 포착당한다. 요격이 가능한 셈이다. 반면 방사포는 징후 파악도 요격도 어렵다. 북한은 이번에 신형 300㎜ 대구경 방사포 여섯 발을 발사했다. 최대 사거리가 200㎞로 추정되는 신형 무기다. 북한이 지난해 5월 여섯 발을 발사하면서 알려진 미사일급 로켓이다. 이번에 키 리졸브를 빌미로 성능 개량을 위한 발사에 나섰을 수도 있다.

 이 방사포의 사거리는 새로운 차원의 위협이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다. 개성 인근에서 발사하면 육·해·공군 본부가 위치한 계룡대가 사정권에 들어온다. 황해도에서 쏴도 오산·평택 주한미군 기지에 도달할 수 있다. 이들 시설은 지금까지 지대지 미사일로만 타격 가능한 것으로 상정돼왔다. 일각에선 300㎜ 방사포가 러시아 위성위치확인시스템(글로나스)을 이용한 유도 기능도 갖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경이 되면 다양한 포탄도 탑재할 수 있다. 방사포는 미사일보다 싸고 대량 발사가 가능하다. 북한은 107·122·240·300㎜ 방사포를 5000여 문 보유하고 있다 .

 방사포는 방어 대책이 마땅치 않다. 우리 군은 맞대응 전력으로 다연장로켓과 에이태킴스 지대지 미사일 등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의 로켓 요격 시스템인 ‘아이언돔’이 있지만 고가인 데다 명중률이 검증되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체계 고도화에 맞춰 안보·방어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재래식 무기의 균형 전략을 넘어 궁극적으로 남북 신뢰구축을 통한 군축의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