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종묘재배로 자활의 꿈|가난 벗은 낙도초등교|전교생 48명뿐인 진해 수도초등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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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진해=이무의 기자】전교생 48명의 낙도학교인 진해 수도초등학교(교장 김상학·52)는 미역종묘배양을 자활과제로 선택, 여기서 얻은 수익금으로 4년째 졸업생 전원의 중학입학금을 대주고 재학생들의 학용품·시험지·제복·제모까지 무료로 지급해주는 등 이제까지 보조만 받던 섬 마을 학교를 탈피했다.
수도초등학교는 행정구역상 진해시 웅천1동에 속해있으나 진해에서 14km나 떨어진 인구 3백79명의 외딴 섬 마을 학교. 그러나 교사들과 학생들의 노력으로 자활의 꿈을 이룬 이 학교는 비록 외딴 섬의 자그마한 학교지만 도시의 어느 학교 부럽지 않은 자랑스런 학교가 됐다.
수도초등학교는 박영택 교사(36)가 앞장서 69년부터 교사와 학생들이 한마음이 되어 미역종묘시험배영에 나서 71년엔 졸업생 9명에게 자립기금으로 돼지 1마리씩을, 72년에는 졸업생 6명에게 중학 입학금 전액을, 73년에는 전교생(당시 52명)에게 교복과 교모까지 지급했다.
74년에는 졸업생 9명 전원에게 소망했던 중학 입학금을, 재학생에게는「유니폼」과 「노트」·연필 등 학용품을 무료로 주고 전문출판사가 발행하는 시험 문제지를 일괄 구입, 매일 나누어주었다.
올해는 교사들에게 월 6천원씩의 특별수당까지 지급하면서도 학생들로부터는 한 푼도 받지 않는 모범학교가 됐다.
50년 웅천초등학교 수도분교로 발족했던 이 학교는 63년 수도초등학교로 승격됐으나 전교생이 복식수업을 면치 못했고 가난 때문에 진학을 못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의 딱한 사정을 보다못한 교사들이 자활의 길을 찾고 있던 중 때마침 수산진흥청의 해양조사결과 이일대의 수온과 염분함량이 미역종묘배양의 적지라는 판정이 내려진 것.
이때부터 시험배양에 나섰던 교사들은 처음에는 5%나 실패했지만 굽히지 않고 애쓴 보람이 있어 71년부터는 채묘틀에 감은「구로론」사 1만4천m에 배양을 성공, 74년까지는 3만m의 배양으로 2백70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
학교의 이같은 노력은 가난에 찌들었던 섬 마을 주민들까지 감화시켰다.
현재 이 마을에는 배양장 12개가 세워지고, 주민의 절반인 30가구가 미역종묘배양에 참여, 지난해는 수도에서만 5백68만m의 종묘를 생산. 1억7천만원의 수익을 거두었다.
수도 어촌계장 장민호씨는 학교 기성회장으로 있으며 학교가 개발한 종묘배양을 익혀 2백만m를 배양, 6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학생들도 교사들을 도와 자활 양식을 해가느라 이제 4학년 이상은 수온과 물의 비중을 정확히 맞출 줄 알게됐다.
6학년 김영삼군(12)은 마을의 배양사업을 학술적으로 도울 만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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