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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매직키드…' 인기 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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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해리 포터'가 있다면 한국에는 '마수리'가 있다."

KBS-2TV의 어린이 일일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극본 권인찬.연출 심재권, 월~금 저녁 6시30분)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화제다.

방송 3사 중 하나 밖에 없는 일일 어린이 드라마인 '매직키드 마수리'는 시청률 10%대를 유지하며 어린이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TNS미디어코리아 분석)

지난해 2월 18일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원래 6개월 1백회 예정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어린이는 물론 중.고생까지 불러 모으자 당초 예정을 바꿔 연장했다는 것이 심재권(34)PD의 말이다.

극중 이슬이와 풀잎이의 엄마로 나오는 탤런트 윤유선씨는 '호돌이와 토순이'를 진행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어린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각별한 느낌이 든다. 거리에 나가면 아이들이 사인해달라고 몰려와 새삼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소설 '해리 포터'를 계기로 전세계를 휩쓴 마법 열풍이 분위기를 띄운 점도 있지만, 감정이 없는 메마른 삶을 살던 마법사 가족이 인간 세계에 내려와 하나하나 배워 나간다는 신선한 설정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SBS '구하리의 전쟁'에서 어린이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던 권인찬(42) 작가는 "인간을 부러워하는 마법사들을 통해 휴먼드라마를 그리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말한다.

여기에 마법을 부리는 모습을 다양한 형태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도 인기 요인으로 풀이된다.

사실 어린이 드라마는 다양한 장르를 실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어린이 드라마의 대명사였던 '호랑이 선생님'을 연출한 황인뢰 PD는 "어린이 드라마를 하면서 멜로.코미디.액션.추리.호러 등 다양한 장르를 실험했던 것이 연출 경험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심PD 역시 "일반 드라마를 하다보면 한계 상황을 느끼게 마련이지만 어린이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그런 면에서 자유롭다"며 "일반 드라마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만화적 표현 등을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연기자들의 열연도 드라마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김성겸, 남능미, 김규철, 김나운씨 등 중견 탤런트와 윤영아.김희정.한보배 등 아역 탤런트의 호연, 개그콘서트의 '노통장' 김상태씨, '무림남녀'의 김병만.김민정 씨 등 조연들의 연기가 맛깔스럽게 버무려져 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창립 멤버이기도 한 김상태씨는 최근 급상승한 인기에 따른 바빠진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출연하겠다"며 강한 애착을 보였다.

"제가 어린시절에 '호랑이 선생님'에 푹 빠져 지냈던 것처럼 지금 어린이들도 20여년이 흘러 '매직키드 마수리'를 추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어린이 드라마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어린이 연기자들이 많이 출연하는 경우 일일이 연기지도와 감정조절을 해줘야 하는 것이 제작진의 어려움이다.

어린이 연기자들의 출연료가 싸기는 하지만, 일일 저녁 드라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제작비도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주철환 교수는 "어린이 프로그램이야말로 방송사가 구색맞추기 용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공을 들여야 할 부분"이라며 "최고 권위의 교육학자.학부모 단체들이 공동으로 만들었다는 영국 BBC의 '텔레토비'를 능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최고 경영자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정형모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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