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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들어 '모피아' 은행장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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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근혜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해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북과 협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왼쪽부터 정홍원 국무총리, 박흥렬 경호실장, 박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 들어 ‘모피아’ 출신들의 공기업과 금융권 진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모피아란 재무부의 영문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퇴직 후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을 장악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이다. 현 정부 들어 정부 부처는 물론 정부의 입김이 센 금융권과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이 된 대기업 등 중요 포스트에 퇴직한 기재부 관료 출신의 기용이 거의 사라진 반면 내부 인사가 승진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새 한국은행 총재에 이주열 전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명했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무난하게 마친다면 1998년 이후 이성태 전 총재에 이어 두 번째로 한은 출신 총재로 기록될 참이다. 당초 총재 물망엔 학계와 관료 출신도 거론됐지만 박 대통령의 선택은 내부 발탁이었다.

 이런 현상은 특히 금융권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수출입은행은 한때 모피아 출신 고위 관료가 은행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낸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임명됐고, 지난해 말 기업은행장 인사에선 권선주 부행장이 내부 승진을 했다. 현재 공석인 수출입은행장에도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 공기업인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서근우)과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김한철)도 모두 민간 출신이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친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최근 연임이 좌절됐다. NH농협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수장은 모피아 출신이지만 수협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등 17곳의 은행장 중에 모피아 출신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금융공기업 중에선 산업은행과의 통합이 예정된 정책금융공사 사장에 진웅섭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최근 임명된 것이 예외적일 정도다.

 또한 올해 정부 부처의 차관급 인사는 모두 내부에서 충원됐다. 외교부 제1(조태용)·안전행정부 제1(박경국)·국토교통부 제1(김경식)차관은 모두 내부 승진 사례다. 지난해 청장급 인사에서도 17명 중 7명이 내부 승진자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인사 기준으로 중점을 두는 건 전문성과 조직 내부의 사기”라며 “내부 인사를 승진시킴으로써 조직의 사기를 올리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 승진한 곳의 업무 열의가 대단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라고 한다.

 지난해 6월 벌어진 ‘모피아 낙하산’ 논란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시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등 경제 관료 출신이 잇따라 금융지주 수장에 발탁되고,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사퇴 압력에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일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모피아가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데 대해 일부는 인정할 수 있지만 적절히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국민경제자문회의 때 금융산업 발전에 대해 논의하다가 한 참석자가 ‘관치금융으로 인한 문제가 크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고, 박 대통령이 이 발언에 공감을 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위해 북과 협의하라”=박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는 물론이고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화상 상봉 등을 실현하기 위해 북과 협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3·1절 기념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제안한 것도 이제는 더 이상 이산가족들이 기다릴 시간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일준비위원회와 관련해선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각계각층의 민의를 수렴해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통일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단순한 분단의 극복을 넘어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통일 과정은 물론 통합 과정까지 철저하게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허진·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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